'명견만리' 서태지 "'크리스말로윈' 스템파일 공개, 발가벗은 느낌"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3.24 16: 03

5년만에 '크리스말로윈'으로 돌아온 서태지는 9집 발표와 함께 특별한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타이틀 곡 '크리스말로윈'의 스템파일(곡을 구성하는 보컬 및 악기 각각의 음원)을 모두 공개해 리믹스 콘테스트를 개최한 것이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등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악기 각각의 소리는 물론, 서태지의 날것의 목소리까지 모두 공개됐다.
서태지는 KBS 1TV '명견만리'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스템파일을 처음 공개할 당시의 기분에 대해 "솔직히 공개하기 꺼려지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고, 그렇다. 날것으로 다 발가벗은 채로 보여주는 느낌이기 때문에"라고 밝혔다.
단순한 공개가 아니다. 공개된 음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창작물을 겨루는 장을 만들었다. 창작의 비밀병기 스템파일. 아티스트 고유의 특허를 대중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게 모두 공개, 이를 바탕으로 한 제2의 창작을 독려한 것이다. 서태지, 그는 새로운 창작의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행보. 그는 왜, 스템파일을 공개한 것일까.

'명견만리' 제작진은 방송을 준비하며 서태지와 일곱 번 만났다. 네 차례의 밤샘회의와 세 차례의 촬영. 문화 대통령 서태지는 없었다. 그 자리에는 시대를 고민하는 서태지가 있었다. 한국 음악 최초로 공교육을 비판했던 '교실이데아', 통렬하게 사회 문제 의식을 노래했던 '시대유감', 우리의 역사 의식을 담은 '발해를 꿈꾸며'까지. 수많은 가출청소년이 집으로 돌아가게 한 서태지의 '컴백홈'도 있다. 시대와 호흡했던 서태지만의 통찰. 그가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치 않은 서태지인 이유였다.
대한민국이 열광했던 시대의 아이콘 서태지는 여전했다. 그의 통찰은 오늘의 시대정신을 관통했다. 서태지가 말하는 '공유의 시대'. 1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저작권 분쟁의 당사자였던, 어느 순간 세상과 결별하는 은퇴의 순간이 있었던,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서태지이기에, 그의 공개와 공유의 행보는 파격(破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의 종착지가 '공개와 공유'라는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스템파일을 공개하고 리믹스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겪은 숱한 고민을 그는 제작진과 나눴다. 그가 전한 것은 ‘진심’이었다. 제작진을 놀라게 한 그의 진심. 그는 역시 서태지였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저는 전형적인 '골방뮤지션'이죠. 근데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랐다. 그냥 놀란 게 아니라 정말 놀랐다. 너무 놀랐고,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야, 이거 안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이걸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들을 모두 놓쳤을 거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공개된 스템파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90년대만 하더라도 이런거 못했다. 시대가 변한거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태지가 출연하는 '명견만리'는 오는 26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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