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나올 프로는 마땅찮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음악 프로그램에 간신히 출연해도 주어진 시간은 겨우 2분 남짓이다. 정말 이러다간 몇 년이 지나도 멤버 이름 하나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그대로 사라질까, 불안감만 엄습한다. 방송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는데, 야속하게도 방송 하나가 당최 잡히질 않는다.
그런 안타까운 이들을 위해서 엠넷이 맘 먹고 놀 판을 깔았다. 하하와 미노, 그리고 '반예인'(반은 연예인) 서장훈이 3MC 호흡을 맞추는 '야만TV'가 바로 그 것. 다들 핫한 인재를 찾을 때, '야만TV' 제작진들은 앞으로 핫해질 인재를 물색한다. 알듯 모를듯 아리송한 그룹 멤버들이 필사적으로 개인기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일단은 신선하다.
이런 '야만TV'를 진두지휘하는 건 이미경 PD다. 앞서 엠넷 '댄싱9' 시즌1~2 조연출을 맡았고, 이번에 '야만TV'로 메인 프로듀서에 갓 입봉한 따끈한 신상 PD. 이 때문인지 틀에 박힌 형식에 얽매이지도, 뻔한 게스트에 목 매지도 않는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그득한 열혈 PD다. 이미경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야만TV'에 대한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풀어놨다. 이 PD는 M.I.B 강남이나 EXID 하니처럼 '예능 원석'들이 '야만TV'를 통해 빛을 발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엠넷 '야만TV'가 이미경 PD의 입봉작이라 들었다. 앞서 '댄싱9' 조연출 당시와 지금 '야만TV'의 PD는 많이 다른가.
"전혀 달라요. 그전에 했던 건 조연출이라 편집 같은 걸 해봐야 5분~10분 정도였어요. 지금은 촬영 준비나 모든 걸 다 컨트롤 해야하니깐, 아직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어요. 예전엔 일반인 참가자들이 주연이었다면, 지금은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이 늘어난 것 같아요."
-하하와 미노, 그리고 정규편성 되면서 새롭게 서장훈이 추가로 투입됐다. 어떤 의도의 조합인가.
"하하씨는 초반 연예계 데뷔했을 때의 심정을 잘 알기에 신인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해요. 또 미노씨는 오랜 무명생활을 보냈기에 그걸 대물림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해요. 여기에 색다른 시각,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주실 재미있는 조합을 고민하다가 서장훈씨를 생각하게 됐죠. 하하씨와 친분이 있고, 서장훈씨 스스로도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좋게 생각해 합류하게 됐어요."
-서장훈은 자기가 연예인이 아닌 유명인이라고 주장한다. 촬영장에서 느끼는 서장훈은 어떤가.
"애매한 경계선에 있어요. 중간중간 분석하는 걸 보면 시청자 입장에선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솔직한 발언에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가탕요. 잘 보면 진행도 잘 해요. 흐름과 포인트를 안다고 할까요. 일반인의 감, 연예인의 끼를 갖췄어요."
-하하와 미노의 조합은 '무한도전'에서 영감을 얻었나.
"사실 두 분은 MBC뮤직 '하극상'이라는 방송에서 호흡을 맞췄던 적이 있어요. 물론 직접적으로 거기에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프로그램 기획 당시 미노가 '1박 2일', '무한도전' 등에 출연했었거든요. 입담도 좋고, 사석에서 만났더니 하하와의 호흡도 좋았어요."
-출연자들의 개인기가 중심이다.
"강남이나, 박형식, 하니, 이런 분들이 아이돌로만 알고 있었지, 또 다른 재능에 대해선 알 길이 없었거든요. 분명 이분들처럼 끼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보여줄 데가 많지 않아 보였어요. 토크든 노래든 개인기든, 뭐든 빵빵 터뜨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소년공화국 성준이 손가락을 뒤로 꺾고 붙였던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
-생각보다 유명한 이들이 꽤 많이 나오던데.
"처음 기획할 때부터 완전 신인만의 프로는 아니에요. 나인뮤지스의 경우도 5년차였죠.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신인이 아니더라도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있으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해요. 예로 EXID 하니씨 외에도 다른 멤버들이 보여줄 게 많았거든요. 개개인을 볼 수 있는 시간인거죠."
-연예인들이 더 출연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 실제로도 그런가.
"기획사 매니저 분들이 문의를 많이 주셔요. 초반엔 많이들 몰랐는데 입소문 탓인지 반응이 다들 긍정적이 됐어요. 여자친구 예린씨는 출연해서 닭춤을 추고 갔는데, 그 후에 '런닝맨'에 섭외가 돼 그 춤을 췄어요. 물론 저희 때문은 아니겠지만, 마이네임은 출연 이후에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하기도 했어요. 빅플로 하이탑은 '진짜사나이'에 섭외되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출연자들이 더 잘 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이렇게 제2의 강남, 제2의 하니같이 '대세'가 배출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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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