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안재현, 뱀파이어 무게를 견뎌라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3.25 18: 01

‘블러드’ 안재현이 발연기 도마 위에 올라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연기는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아직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중반을 넘은 ‘블러드’의 이야기는 뚜렷한 갈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이 가운데 선 안재현은 혹평 속에 갇힌 모양새다.
안재현은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에서 뱀파이어 의사 박지상 역을 열연 중이다. 박지상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뱀파이어. 결국에는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아픈 캐릭터다. 특히 안방극장에 낯선 뱀파이어와 안방극장이 좋아하는 의사라는 캐릭터가 섞여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신인급인 그가 극의 주인공으로 파격캐스팅 된 이유인 ‘치명적인 매력’은 아직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안재현의 창백한 피부와 호리호리한 몸매, 날카로운 눈매 등은 안방극장 시청자가 ‘뱀파이어’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로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블러드’는 극 초반 안재현과 구혜선 등 두 주인공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낯설어 어려운 소재인 뱀파이어 캐릭터의 설명이 주로 등장했던 방송 초반 극에 오롯이 몰입할 수 없었던 시청자들은 ‘블러드’의 이야기 전개에 흥미를 잃었던 것.

안재현이 수많은 총알을 맞고 그것을 털어내며 뱀파이어의 놀라운 회복 속도를 설명한 장면은 어색한 몸짓으로 인해 시청자에 제대로 된 설명을 전하지 못했고,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뱀파이어 의사의 고뇌와 좌절은 안재현의 어색한 분노 연기가 더욱 눈길을 끌며 이해도를 떨어뜨렸다. 이처럼 ‘블러드’는 주요 캐릭터를 설명하는 초반 분량을 허공에 날리면서, 긴장감이 몰아쳐야 할 극에 힘을 빠지게 했다.
특히 ‘블러드’는 뱀파이어와 의사라는 신묘한 기술을 가진 박지상 캐릭터의 히어로 활약을 기대하게 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 전개로 더욱 안타까움을 남긴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뱀파이어의 피를 가진, 천재적인 의술 실력을 가진 박지상이 활동하는 태민암병원은 박지상의 능력을 오롯이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 사람을 살리는 의술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준비가 돼있는 시청자들은 박지상의 내면의 고민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블러드’에 실망한 듯 하다.
기민수 PD와 박재범 작가가 의기투합한 ‘블러드’는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히어로물 보다는 전작 ‘굿닥터’가 보여줬던 따뜻한 휴머니즘을 더욱 강조하면서, 박지상의 내면의 고민이 심도있게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어나는 뱀파이어와 인간, 지상과 리타(구혜선 분)의 러브라인은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지만, 돌아선 시청자를 잡아 끌 한 방은 부족해 보인다.
'블러드'는 최근 들어 인물의 반전 등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중반부를 넘어선 '블러드'가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하기에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기존 시청자에게도 뚜렷한 갈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블러드'는 안재현이 그려내는 새로운 뱀파이어 캐릭터를 안방극장에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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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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