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신드롬과 함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4만 관중이 가득채우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한국e스포츠의 위기는 분명하게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한국 e스포츠 시장은 임요환 홍진호 강민 박정석 등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를 양산해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2008년 스타크래프트1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후속 e스포츠용 콘텐츠 양산에 실패하며 침체기를 맞았다.
지난 2010년 터졌던 프로게이머들 승부조작 스캔들과 한국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의 갈등은 e스포츠의 본격적인 암흑기를 불러들였다. 이 시기에 온게임넷과 함께 양대 e스포츠 방송사였던 MBC게임은 음악채널로 운명을 바꿔야만 했다.
천운이 따라서일까. 국내 e스포츠 시장이 다시 활기를 살아난 건 2011년 말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가 붐을 일으키면서다. LOL은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시장 점유율을 40%를 넘나들었고, 끝내는 역사적인 장소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4만명의 e스포츠 팬들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편하게 할 처지는 아니다. 당장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 2010년 암흑기의 조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문제의 근원은 e스포츠의 기본 필요 조건 중 하나인 선수다. e스포츠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와 LOL 모두 선수 수급에서 극심한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새로운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새 얼굴 없는 스타크래프트2...결국 워3 전철 밟을까
지난 21일과 22일 스타크래프트2 양대 리그 결승전이 펼쳐지면서 현존 최강의 스타2 선수들이 판가름 났다. 스포티비게임즈에서 진행하는 스타2 스타리그에서는 진에어 조성주, 곰eXP에서 열리는 GSL에서는 KT 이승현 등 1997년생 어린 선수들이 챔피언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우리나이로 생각해도 열아홉살인 친구들의 우승과 조중혁 박령우(이상 SK텔레콤) 등 새로운 간판선수가 나타난 외향은 나쁘지 않지만 나열한 선수들의 데뷔를 살펴보면 자유의날개 시절 데뷔해서 활동하던 선수들이다. 실력있는 선수들의 우승은 당연하지만 예전 스타1 시절 강자들의 전성기를 고려하면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2015년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숫자는 모두 203명. 스타1 선수 최대 보유 시절인 2009년 274명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지난 2014년 신규로 등록된 선수가 43명이지만 이는 스타2 자유의날개 시절부터 활동하던 e스포츠연맹 선수들이 프로리그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수치다. 금년에 추가된 선수는 불과 4명에 불과하다. 과거 신인드래프트 시절 40명 이상의 선수들이 일년에 두 차례씩 등록됐던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향후 선수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LOL의 인기에 밀리면서 신인선수 지망생 숫자가 줄었지만 아직 7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시장규모를 고려하면 안타까운 현실인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리그의 힘도 자연스럽게 빠질수 밖에 없고, 결국 과거 워크래프트3 처럼 새로운 선수 수급 없이 기존 선수들로만 리그를 진행하게 된다.
▲ 유명 선수들과 지망생들 이탈화 가속 LOL도 큰 문제
한국 LOL판은 '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시즌이 열리기 직전 큰 변화를 겪었다. 토너먼트 방식의 형제팀 체제에서 풀리그 방식의 단일팀 체제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지만 지난해 한국 LOL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대형 선수들이 중국 시장으로 넘어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롤드컵 우승 직후 중국으로 자연스럽게 리그를 옮긴 삼성 출신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당초 형제팀 체제에서 단일팀 체제로 변경시 고려됐던 자연스러운 전력의 분산은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플레임' 이호종 '카카오' 이병권 '루키' 송의진 '세이브' 백영진 등 1부리그인 LPL에 뛰는 선수 뿐만 아니라 2부리그인 LSPL에도 '리미트' 주민규 '스위프트' 백다훈을 포함해 한국 선수들이 각팀에 포진되어 있는 현실이다.
특히 LSPL에는 프로지망생들이 다수 참가해 선수수급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다가 현재 17세 미만 프로지망생들에게 중국 이나 해외지역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탈은 쉽게 끝날 조짐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한국 LOL은 축구로 비교하면 브라질 아니냐는 냉소적인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 남은 선수들에 대한 처우나 추가되는 선수들의 자격 문제 역시 염려스러운 대목들이다. A팀의 경우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의 몸값이 나오면 극도로 예민해질 정도로 선수의 이탈을 걱정하지만 실상 대우면에서는 전혀 중국쪽을 쫓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양새가 되자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선수 보호차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최대한 선수들의 대우를 중국쪽과 맞춰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선수들의 자격 역시 문제의 소지 중 하나다. B팀의 C선수는 대리게임과 비매너플레이로 악명이 높은 '압도' 정상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패드립(패륜드립의 준말·부모 험담 등을 소재로 한 농담) 중 한 명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실제로 C 선수는 리그 합류 직전 프로필 촬영장에서 다른 팀 선수들에게 아마시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면서 양해를 구했을 정도. 하지만 예전 기억들로 인해 앙금이 완전히 풀린 상태가 아니다.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는 이런 변화에 한국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 종목사들과 아마추어 육성프로그램인 가칭 에코시스템을 정착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런 일련의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지는 우려가 되는 상황. 암흑기를 넘어갈 때 모두의 힘이 모여서 기적을 만든 것 처럼 지금의 e스포츠 현명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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