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이 탄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 있다. 000 프로그램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가 그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창의적인 기획을 건너뛰고 원조 예능프로그램의 인기에 업혀간다는 힐난을 받기도 하고, 어떤 프로그램은 그럼에도 유행하는 흐름을 잘 파고들었다고 박수를 받는다. 똑닮은 구석이 있는 붕어빵 예능, 사람 머리는 거기서 거기라는 이유로 나오는 명백한 흐름인가 아니면 뻔뻔한 베끼기인가.
KBS 2TV 새 예능프로그램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무한도전’을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일단 방송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만으로 시비를 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문제 제기를 하는 쪽도 이해는 간다.
그동안 KBS는 유독 타사 인기 예능프로그램과 비슷한 구성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내놨다. 심지어 원조를 잘 다듬어서 대박을 친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논란은 KBS가 인기를 끌고 있던 타사 프로그램과 유사한 구성의 프로그램을 잘 내놨던 전력이 있는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방송도 나오기도 전에 ‘이번에도 또 KBS냐’라는 볼멘소리의 이유는 있다.
KBS가 새롭게 준비 중인 ‘레이디액션’(가제)은 여배우들이 액션을 배우고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는다. 5월 편성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진짜 사나이’가 여군 특집으로 재미를 봤고, ‘무한도전’이 액션 배우 특집으로 크게 화제가 됐던 탓에 ‘진짜 사나이’와 ‘무한도전’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구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제작진은 최근 OSEN에 “액션배우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은 1년 전부터 고민해 왔던 아이템이다. 최근 '언프리티 랩스타'도 그렇고 센 여자들이 화제를 낳고 있지 않나? 건강한 여자들이 화제라 출연진을 여자로 섭외하기로 했다”라고 이 기획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자가 힘든 체험을 한다고 해서 모두 ‘진짜 사나이’일 수는 없고, 액션을 배운다고 해서 ‘무한도전’일 수는 없다. 이 프로그램들 이전에도 숱한 프로그램들이 여자들의 고된 체험을 다뤘고, 정두홍 무술감독은 그동안 이름도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스타들에게 액션을 가르쳤다. 다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레디 액션’이 타사 프로그램을 ‘참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그만큼 KBS 예능프로그램들이 ‘치고나가는’ 흐름을 만든 적이 드물었기 때문일 터다. KBS가 예능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었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런 적이 있었다라고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무한도전’이 잘 되자 공교롭게도(?) ‘1박 2일’이 나왔고, ‘나는 가수다’가 파장을 일으키자 ‘불후의 명곡’이 떡하니 등장했으며, ‘아빠 어디가’가 대박을 터뜨리자 오랫동안 준비를 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때마침 출범하게 됐고, ‘꽃보다 할배’가 잘되자 ‘마마도’가 툭 튀어나왔다. 이 같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걸음은 어떻게 보면 시청자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잘 파악해 시기적절하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수신료를 받는 공영 방송이기에 예능 흐름을 만드는 과감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대중을 끌어안으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KBS의 어쩔 수 없는 처지라고 할 수도 있을 터다.
이유야 어떻든, 그리고 붕어빵 예능이라는 아쉬운 시선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베낀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차치하고서라도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서 또 다른 프로그램이 탄생하면 예능 흐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새로운 예능 기획을 만들지 못해 지루함을 안긴다는 지적에도, 이런 아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소구력이 있는 예능으로 자리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물론 일부에서 지적하듯 뚜렷한 기획 의도 없이 상도덕이 없는 연출이라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더라도 말이다.
jmpyo@osen.co.kr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