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발생한다.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얘기다.
26일 MBC드라마넷에 따르면 오는 27일 종영을 앞두고 있었던 ‘태양의 도시’ 제작사는 출연자들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촬영이 중단됐고, 마지막 회 방송이 불투명한 상태다.
배우들 소속사의 말을 종합하면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드라마 제작 초기부터 발생했고, 스태프의 인건비 역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비단 MBC드라마넷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가리지 않고 한국 드라마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연예제작자협회가 공개한 출연료 미지급 드라마 목록에 따르면 ‘게임의 여왕’을 시작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 ‘도망자 플랜비’, ‘더 뮤지컬’, ‘돌아온 일지매’, ‘국가가 부른다’ 등이 종영된 지 꽤 오래된 시간이 흘렀지만 출연료 미지급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지난 해 KBS 2TV에서 방영됐던 ‘감격시대’가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겪었다.
일단 이 같은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드라마의 잘못된 제작 관행으로 벌어진 일이다. 해외 판권 판매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배우들의 높은 몸값을 비롯해 제작비는 천정부지인데 이에 비해 많은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낮은 제작비를 지급하고 있다. 제작사는 방송사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몫인 드라마 제작의 위험부담을 홀로 떠안고 해외 판권 판매금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작비 마련이 안정적으로 되지 못하고 있다. 제작 체계를 탄탄히 갖추지 못한 신생 기획사들이 톱배우 몇 명의 섭외를 성공한 후 무턱대고 제작에 뛰어들어 결국 드라마의 낮은 완성도로 인해 외면을 받고 출연료까지 미지급되는 일도 허다하다.
방송사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제작비를 이미 제작사에 지급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방송사의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행태와 외주제작사에 대한 관리 부실 및 책임 회피, 그리고 일부 제작사의 한탕주의가 맞물리며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26일 OSEN에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방송사, 제작사, 배우 기획사 모두의 잘못”이라면서 “잘못된 관행이 판을 치는 한국 드라마 제작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태양의 도시'는 지난 2010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화 된 이케이도 준의 소설 '철의 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대형 건설사의 담합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게 만든 건설사 회장에게 복수하고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세 여자와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MBC드라마넷 관계자는 "미지급 사태를 최근에 알았다. 현재 방송사에서는 제작사에게 미지급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내일은 방송이 아무래도 어려워 대체편성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상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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