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여자들’ 서이숙의 분노 유발 연기가 공분을 사고 있다. 극의 유일한 악역, 서이숙의 메소드 연기는 긴장감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북콘서트에서 패싸움을 하는 현숙(채시라 분), 종미(김혜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숙은 학창시절 선생과의 불화를 겪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내 상을 받은 영국 작가 앞에서 말년(서이숙 분)과의 악연에 대해 이야기 하려 했지만, 말년의 화려한 인맥을 보고 충성을 다짐한 모범생 제자가 이를 막아서며 갈등이 유발됐다.
말년은 현숙에게 “네가 그 꼴로 사는 건 다 핑계고 책임 전가야”라며 비아냥댔고, 현숙의 동창생은 현숙이 문제아였기에 왕따를 당할 만했다고 말했다. 현숙은 “세상에 왕따를 당해도 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머리채를 잡는 모습으로 블랙 코미디를 완성했다.
말년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가슴과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느끼는 연기를 펼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자신의 ‘잘난’ 아들 두진(김지석 분)이 곧장 말년에게 뛰어와 그를 병원으로 옮기려 한 것. 정신을 놓는 연기를 하던 말년은 실눈을 뜨고 승리의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소름 끼치는 장면을 완성했다.
특히 서이숙의 표정 변화 없는 얼굴, 따박따박 쏟아내는 비꼬는 말투,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서늘한 이미지는 말년 캐릭터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학창 시절 어디선가 본듯한 선생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말년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만 눈에 띄게 예뻐하고, 공부를 못하는 현숙의 싹을 잘라내는 등 성적순으로 이들의 인격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현실감을 살린 서이숙의 연기가 이를 더욱 잔인하게 완성하고 있는 것.
12년의 정규교과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선생 가운데,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말년이라는 선생 캐릭터를 그려내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교육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서이숙의 메소드 연기가 있기에 더욱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잘못 만난 선생 때문에 인생의 길이 달라진 현숙이 말년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말년의 교육관은 변화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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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