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고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는 일, 조기 탈모에 고통 받는 20대 청년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시대에, ‘그건 별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드라마가 찾아왔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2015’ 시즌1의 세 번째 작품 ‘머리 심는 날’에서는 탈모가 콤플렉스인 인범(최태환 분), 성형에 집착하는 화원(하은설 분), 꿈을 잃은 기호(장성범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인범은 30살이 되기도 전에 시작된 조기 탈모 때문에 취업에서 번번이 실패한다고 생각했다. 면접장에 흑채를 뿌리고 가는 그는 면접에서 온통 머리에 신경이 쏠려 늘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한 것. 이에 고시원비가 밀려도 늘 최고급 두피 케어 제품을 쓰고, 돈이 생기면 머리를 심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에 새롭게 태어날 자신의 모습을 꿈꿨다.
또 2년 동안 승무원 면접시험에서 떨어진 것이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화원은 틈만 나면 성형외과에 달려가 먼저 승무원이 된 친구와 같은 수술을 해달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취업 전 얼굴을 손보는 일이 평범해진 현재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한 화원의 모습이 공감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잔혹한 인생을 벗어나게 할 ‘한방’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머리를 심은 인범은 머리를 심고도 면접을 망치며 자신의 진짜 문제를 마주하게 됐고, 화원 또한 얼굴이 아닌 키가 문제라는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며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그것 하나만 넘어서면 비단길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이들의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이들은 하늘에서 돈을 떨어지게 한 방황하는 청춘, 기호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머리카락과 얼굴 생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했다.
취업을 위해 달리는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는 이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이들이 스스의 발목을 잡았던 콤플렉스를 털어내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이전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기 때문. 하지만 취업이라는 벽을 넘어섰다고 해서 이들의 인생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들이 다시 허탈감을 마주하고 절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머리 심는 날’은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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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심는 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