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봄길을 거닐고 할 필욘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머물고 싶은 그런 기억'
어김없이 '봄 캐롤송'이 인기다. 28일 오전 8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13위, 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는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 1집 수록곡 '벚꽃엔딩'은 이제 대표 봄 시즌송이 됐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에서는 무려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살랑살랑 봄바람과 함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지난 2012년 봄을 시작으로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이 곡은 매년 3월 어김없이 음원차트 역주행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다른 또 한 곡의 봄노래는 하이포와 아이유가 함께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이다. 이 노래는 '벚꽃 엔딩'에 이어 2014년 봄 캐롤 탄생을 알렸다. 봄 분위기에 맞는 상큼한 멜로디에 더해 하이포와 아이유의 콜라보가 성공적이었다. '벚꽃엔딩'에 이어 제2의 '벚꽃 연금' 수혜자가 될 것이란 반응이다.
듣는 이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봄 노래들이지만, 사실 두 곡의 가사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벚꽃 엔딩'은 사랑을 시작하는(혹은 시작하고 싶은) 사람의 가슴 떨리는 설레임을 담았다. 주요 가사는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라며 싱그러운 봄과 함께 피어나는 사랑의 낭만을 이야기한다. '내 사랑' 뿐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좋아요"라며 나 외에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에 행복한 메시지를 전한다.
반면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사실 말랑말랑한 노랫말은 아니다. 오히려 '봄을 맞아 나만 빼고 다 연애하는 현실'을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물론 그 안에는 '나 역시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싶다'란 열망이 숨어있지만, '난 다른 얘기가 듣고 싶다'라며 애써 모른척 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부분이기도 하다.
"길었던 겨우내 줄곧 품이 좀 남는 밤색 코트 그 속에 나를 쏙 감추고 걸음을 재촉해 걸었어. 그런데 사람들 말이 너만 아직도 왜 그러니, 그제서야 둘러보니 어느새 봄이. 손 잡고 걸을 사람 하나 없는 내게 달콤한 봄바람이 너무해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 꽃잎이 피어나 눈 앞에 살랑거려도 난 다른 얘기가 듣고 싶어..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버릴 봄 사랑 벚꽃 말고 누군가와 봄길을 거닐고 할 필욘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머물고 싶은 그런 기억을 만들고 싶어.."
그리움이든 상대적 박탈감이든 어느 쪽에 더 공감하든 분명한 것은 벚꽃은 사랑이다.
nyc@osen.co.kr
각 앨범 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