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이 지난 28일 장장 4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쳤다. 세트장 화재사고, 스태프 사망, 방송 1회 만에 결방사태, 한 달여 만에 방송재개까지 ‘하녀들’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지만 기어코 20회를 끝으로 마무리 지었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까지 받으며 말이다.
JTBC 금토드라마 ‘하녀들’(극본 조현경, 연출 조현탁)은 JTBC에서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사극이자 처음으로 금, 토 오후에 편성한 드라마였다. 그야말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금, 토 심야 전쟁을 선언한 ‘하녀들’의 도전은 조금은 무모해보였다. 지상파 3사와 tvN의 예능프로그램이 가장 집중된 황금시간대이기 때문.
결과가 좋으면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굴욕으로 남을 수 있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JTBC의 과감한 편성은 제대로 통했다. 높은 시청률의 tvN ‘삼시세끼-어촌 편’와 SBS ‘정글의 법칙’에 크게 뒤질 거란 예상을 깨고 시청률 4%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녀들’은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잊혀져갈 거라 예상했다. 세트장 화재사고 후 한 달여 만에 방송을 재개했을 때 1.632%(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4회 방송까지 1%대의 수치를 보였기 때문. 그러나 5회 방송이 2%를 돌파하고 탄력을 받은 ‘하녀들’은 6회가 곧바로 3%를 돌파했다. 16회분 시청률이 4.675%를 기록한 후로 4%대를 유지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하녀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에 대한 JTBC의 ‘고집’과 ‘하녀들’ 연출과 배우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밀회’를 비롯해 ‘유나의 거리’, ‘꽃들의 전쟁’, ‘무자식 상팔자’ 등 드라마를 탄탄하게 이끌어왔던 JTBC는 ‘하녀들’이 위기를 맞았다고 해서 쉽게 버리지 않았다. 세트장이 전소됐고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촬영이 불가능할거라 생각됐지만 세트장을 다시 지었고 배우들도 이를 기다렸다. 세트장 재건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JTBC는 끝내 세트장을 지어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 지난 1월 23일 1회부터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세트장이 있다고 해도 배우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방송이 재개될 수 없었을 것. 이는 JTBC의 드라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녀들’은 탄탄한 스토리 전개, 배우들의 열연, 신선한 소재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드라마였다.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이 강점이었고 드라마에 꼭 있는 구멍배우가 한 명도 없었다. 제목부터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관심을 끈 ‘하녀들’은 단순한 자극 그 이상의 재미가 있었다.
‘땅콩리턴’이 한창 이슈가 됐을 당시 방송을 시작한 ‘하녀들’은 갑들의 무지막지한 횡포로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고 그런 갑들이 몰락하는 모습은 쾌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또한 콧대 높았던 국인엽(정유미 분)이 하녀로 전락한 후 과거에는 자신에게 ‘을’이었던 하녀들에게 갖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결국 ‘을’을 품는 양반이 됐다.
이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어색함이 없었다. 정유미, 오지호, 김동욱 등 세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면서 김갑수, 박철민, 전미선, 안내상이 무게감을 더하고 여기에 전소민, 이초희, 이채영, 이엘 등의 조연들이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연출, 스토리, 연기 모두 호평을 받은 ‘하녀들’. 화제성면에서는 아쉽긴 하지만 ‘하녀들’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았고 JTBC는 또 하나의 명품을 남겼다.
한편 ‘하녀들’ 후속으로 오는 4월 3일 정경호, 김소연, 윤현민 주연의 ‘순정에 반하다’가 첫 방송된다. ‘순정에 반하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남이 새 심장을 얻은 후 오직 한 여자에게만 뜨거운 가슴을 지닌 감성 충만한 순정남으로 180도 달라지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힐링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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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JTBC ‘하녀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