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배우 정유미의 발견이다. 정유미는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JTBC 조선연애사극 ‘하녀들’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부친의 신원을 회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국인엽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첫 사극 도전을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내는 뒷심을 발휘했다.
방송 내내 삶의 희로애락을 섬세히 표현한 정유미표 나노 연기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타이틀 롤로서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중심을 잃지 않고 묵직하게 연기한 것이다. 양반집 규수에서 하녀까지 극으로 치닫는 상황과 인엽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했다. 온갖 수모와 고난을 겪으면서 그가 보여준 당돌함과 오열 연기은 호평을 받았다.
정유미는 ‘하녀들’을 통해 개국공신 세도가의 지체 높은 외동딸 신분에서 한 순간에 밑바닥 하녀로 곤두박질 쳐진 비운의 주인공이자, 부친의 신원 회복을 위해선 어떠한 위험도 불사하는 철의 여인 국인엽 역을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하녀들’의 주연 자리를 꿰찬 정유미에게 거는 세간의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극을 통해 만나는 그녀의 모습은 현대극과는 달리 다소 낯설었기 때문. 지난 2010년과 2008년, ‘동이’와 ‘대왕세종’에 출연하며 사극 경험을 쌓았으나 이마저도 큰 비중을 차지한 역할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정유미의 성장세는 실로 놀라웠다. 그녀는 귀티 나는 양반에서 볼품 없는 하녀로, 종국엔 다시 양반으로 신분을 회복하며 총 세 개의 삶을 살았던 국인엽의 변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더한 사극 대사 톤과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고,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다는 호평을 이끌었다.
이처럼 ‘하녀들’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정유미. 2004년 데뷔 이래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가 어울리는 배우로 거듭난 듯 하다. 성장형 배우의 바람직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지난 27일 정유미는 소속사 네오스엔터테인먼트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하녀들’이 끝나도 저는 끝난 게 아니다. 다른 작품을 통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 뵐 테니 그런 정유미의 모습도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며 또 다른 도전을 약속했다. 그녀가 사극에서의 가능성을 재평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이렇듯 거침없는 도전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편 ‘하녀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정유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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