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혁 “배종옥 선배님 한마디에 마음이 녹았죠”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3.29 11: 54

신인 배우 우혁은 이종석, 김우빈, 안재현 등을 잇는 모델 출신 배우다. 데뷔작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를 막 끝낸 그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즐거움과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설렘, 열정이 뒤섞여 들뜬 모습이었다.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무표정하고 잔인했던 ‘스파이’ 속 간첩은 온데간데없고, 착한 얼굴의 ‘훈남’ 신인이 두 눈을 반짝이며 부푼 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 섭섭해요. 첫 작품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내일이라도 당장 촬영 나가야 할 거 같고, 허전해요. 유오성 선배님과는 겹치는 신이 많아서 더 섭섭하고요. 촬영장에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 갔어요. 매일 가다가보니 종방연에서도 실감이 안 났어요.”
‘스파이’에서 우혁이 맡은 역할은 황기철(유오성 분)의 오른팔인 남파 간첩 정호였다. 역할이 역할인 만큼 유오성과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고, 대선배를 ‘아재’라 부르며 좋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가 눌릴 정도로 무서운 선배였지만, 선배가 보여준 의외의 따뜻한 마음으로 인해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처음엔 거의 매일 눌렸어요. 포스가 워낙 강하셔서 어찌할 바를 몰랐죠. 눈을 보고 말해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입술을 보고 있고요. 그래도 이후엔 촬영장에 일찍 가서 구경을 하고 있다가 달려가서 ‘식사하셨어요?’ 같은 안부를 여쭤보고, 선배도 간식이 있으면 챙겨주시고 하니까, 가까워졌어요. 연기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제가 처음에는 촬영 기법을 몰라서 힘들었거든요. 많이 부족했는데 그 부분을 많이 채워주셨어요.”
어느 현장이든 그렇겠지만 ‘스파이’에는 유오성 말고도 배종옥부터 김재중, 조달환까지 다양한 연령의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 배우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배우는 점도 많았고, 에피소드도 다양했다.
“초반부에는 배종옥 선배님과 겹치는 신이 있었어요. 배종옥 선배님이 오셔서 칼로 담배를 자르는 신이었는데, 그 신을 찍을 때 덤벙댄 거 같아요. 왜냐면 그 때 초반부여서 카메라를 몰랐을 때였거든요. 끊어서 가시는데 절 찍는데 어떤 걸 찍는 지 잘 몰랐어요. 그렇게 허둥지둥하다 배종옥 선배님이 오셔서 가르쳐주시더라고요. 다음에 ‘알겠습니다’ 하고 촬영을 했죠. 이후에 오케이가 났고, 스태프 분들을 비롯해 모두 지쳐있는 상태라 많이 조심스러웠는데 배종옥 선배님의 ‘수고했다 정호야’ 이 한마디가 절 기쁘게 했고 긴장하고 얼어있던 마음이 녹았어요.”
‘스파이’ 주인공이었던 김재중-고성희와의 일화들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고성희는 너무나 소탈하게 잘 챙겨준 누나라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김재중의 경우, 한류스타에 선배임에도 불구, 먼저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가져줘 마음이 활짝 열렸다.
“형은 한류스타다 보니까 팬이 많아요. 그래서 팬들이 서포트를 많이 해줘요. 출장 뷔페도 먹어보고 커피, 차도 처음 겪어보고 하니까, 형한테 ‘감사하다’고 말했어요, 형은 ‘나한테 감사할 거 없고 팬들한테 감사하라’고 하시고요. 형이랑은 그런 저런 얘기 많이 했어요. 착해요. 한류 스타는 어려울 거 같았는데 형이 먼저 오셔서 ‘우혁이라 그랬지?’하면서 번호도 먼저 물어봐 주시고, 놀라기도 하고 설렜어요.(웃음)”
하나하나 ‘스파이’의 일화들을 풀어놓는 우혁의 모습에서는 자랑스러움과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고 말았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모델 일을 먼저 시작했지만, 그는 늘 배우가 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영화 DVD로 꽉 찬 집에서 무수한 명화들을 보며 꿈꿨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어요. 집을 나간적도 있고요. 그럴 정도로 부모님과 많이 싸웠어요. 그것 때문에 중학교 때 그래서 그러다가 고1때도 제가 계속 닦달하니까 최종 결정이 ‘살 빼고 와, 그런 다음에 생각할게’라고 말하신 게 자극이 됐어요. 그래서 3개월 반 만에 32kg을 빼고 왔어요. 그 때 부모님이 ‘그래 알았어. 해 ’네가 돈 벌어서 네가 해라‘ 그러셔서 스무살이 되자마자 돈을 벌기 시작했고요,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꿈을 이루고 싶었으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토록 원하던 배우라는 이름을 달게 된 우혁은 아직 해온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시켜주시는 배역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에서는 신인 배우 특유의 패기가 느껴졌다. 닮고 싶은 배우는 박성웅. 과연 선량한 얼굴 속에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우혁에게 어울리는 롤모델이었다.
“원래는 사실상 롤모델을 안 정했어요. 그 사람을 모방할 수 있고, 따라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배님들은 많아요. 박성웅 선배님은 확고한 이미지가 있으시죠. 무서운 이미지요. 하지만 그 속에 선량하고 착한 얼굴도 있으세요. 두가지 얼굴이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배우고 싶어요. 신하균 선배님 같은 분은 제스쳐가 자유롭고 연기도 잘하시고 자유로운 면이 있으신 거 같아요.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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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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