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전트' 아깝다, 짜릿할 수 있었는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3.29 16: 22

* 스포일러 주의
[OSEN=이혜린의 무비라떼]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인서전트'는 사회 규율에 의구심을 품어본 '반항아'라면 누구나 짜릿할 만한 설정을 담고 있다.
인류 재건이라는 미명 하에 사람을 다섯 부류로 딱 잘라 나누고, 거기 맞는 행동만 하도록 하는 가르치는 사회. ‘지식’ 에러다이트, ‘용기’ 돈트리스, ‘평화’ 애머티, ‘정직’ 캔더, ‘이타심’ 애브니게이션의 5개 분파로 나뉘는데, 당연히 그 어떤 분파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주인공은 바로 그런 사람, 즉 다이버전트라고 불리는 부류의 소녀, 트리스다. 그는 사회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존재로 각인되면서 막강한 독재자 재닌의 공격 타깃이 된다. 얼핏 보면 우리 '반항아'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다. 사회가 강요하는 미덕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 체제를 뒤집어엎는 내용이니까.
그런데, 영화는 사소한 몇군데서 공감대를 잃어버린다. 트리스가 그 어떤 분파에도 해당되지 않는 이유는 그가 너무 '잘나게 태어나서'다.  
여기까지도 괜찮다. 어쩌면 사회가 진짜 위협 요소로 간주하는 건 별 능력이 없는 사람보다 너무 뛰어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다이버전트를 못잡아먹어 안달인 제닌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트리스가 그 견고한 사회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영 허술하다. 태어나길 '다이버전트 100%'로 태어난 아이가 너무 쉽게 시뮬레이션 게임을 견뎌내고 체제를 전복하는 거다. 트리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그저 "나 때문에 부모님이 죽었나"하는 고민만 하다, 제닌을 이겨버린다.
5가지 덕목을 시험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좀 시시하다. 여러 분파를 돌아다니며 크고 작은 위기를 헤치고 드디어 본부로 입성했는데, 그 하이라이트가 돼야 할 시뮬레이션의 스펙터클이 너무 쉽게,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자신을 배신한 친구를 죽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나의 테스트가 통과돼버리는 형식이다.
물론 마지막 가장 어려운 시험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사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소녀들은 화살을 자기 앞으로 돌리게 마련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당당히 맞서싸우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는 꽤 진하다. 다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너무 쉽게 끝나서 문제일 뿐이다.
요즘 미국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한 '청춘' 영화들이 견고한 질서를 자랑하는 '체제'에 대항한다는 점은 영화의 주 관객들의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틀도 비슷하다. '헝거게임'에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지는 일종의 쇼인 헝거게임에 참여하게 된 캣니스의 반란을, '메이즈러너'에선 질병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시뮬레이션 테스트에 참여하게 된 토마스의 반란을 그려낸다. 국내에서는 미남 배우들이 많이 나온 '메이즈러너'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점차 심해지는 빈부격차, 계급을 뛰어넘는 꿈을 꿀 수 없는 시대, 이같은 시리즈는 앞으로도 더 나올 예정. 그중 의미있는 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인서전트'는 개연성이 설정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rinny@osen.co.kr
'인서전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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