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즈’, 최고의 예능 재료들로 왜 외면받았나[종영]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30 06: 49

‘애니멀즈’가 지난 29일 방송 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유행한다는 건 죄다 모아놓고 호기롭게 방송을 시작했지만 단 한 번도 크게 이슈도 되지 않고 씁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MBC ‘일밤-애니멀즈’(이하 애니멀즈)는 지난 1월 25일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한 ‘아빠 어디가’ 후속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애니멀즈’는 ‘곰 세 마리’와 ‘OK 목장’, ‘유치원에 간 강아지’ 등 세 코너로 구성, 방송 최초로 옴니버스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거기다 ‘애니멀즈’는 최신 예능 트렌드는 모두 담아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3가지 요소 Beauty(미인), Beast(동물), Baby(아기) 등 3B를 코너 안에 담았다. 그야말로 ‘물량공세’였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밀려 종영한 ‘아빠 어디가’를 이어 시청률을 찾아오겠다는 야심한 기획이었다. 최고의 재료들을 모아 놓은 ‘애니멀즈’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기대했다. 가장 핫한 재료들을 잘 조합시키면 환상의 요리가 탄생될 수 있지만 마구잡이로 섞어놓으면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날 수 있기 때문.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졌다.
‘곰 세마리’가 세 코너 중 가장 호응이 낮은 가운데 중국 전염병으로 폐지된 것. 그래도 물량공세 덕에 두 코너 ‘OK목장’과 ‘유치원에 간 강아지’ 두 코너로 꾸려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코너도 크게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OK목장’ 같은 경우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시청자들을 곤란하게 했다. 초원에서 단순히 수 마리의 양들의 털을 깎는 걸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고 동물들 건강검진을 하는 것도 지루했다. 뭔가 톡톡 튀는 재미가 필요했지만 마지막까지 없었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갑자기 동물 드라마를 찍는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배꼽을 잡고 웃지만 시청자들은 왜 웃는지 공감할 수 없었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유치원에 간 강아지’는 어린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 하지만 귀여운 것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 꾸준히 보게 만들게 하는 재미가 없었다. 시청자들은 워낙 육아와 동물 예능에 익숙해져 있어 동물들과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거나 귀여운 행동에 웃는 스타들이 재밌지 않았다.
육아에 진땀을 빼는 모습은 기존 프로그램들에서 줄곧 봤던 구성이다. 동물과 아기, 그리고 출연자만 바뀌었을 뿐 이 프로그램을 꼭 봐야하는 차별점이 없다. 또한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거기서 거기였다. 예능 대세 강남과 서장훈을 데려다 놓고도 이들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끝났다.
요즘 잔잔한 재미가 트렌드이긴 하지만 ‘애니멀즈’는 잔잔하기만 했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건 당연했다. 최고의 재료들을 가지고 맛없는 요리를 만들어낸 ‘애니멀즈’. 환상의 조합 한 번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두 달 만에 폐지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한편 ‘애니멀즈’ 후속으로 ‘복면가왕’이 방송된다. ‘복면가왕’은 스타들이 가면을 쓴 채 토너먼트 방식으로 노래 대결을 펼쳐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kangsj@osen.co.kr
MBC ‘애니멀즈’ 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