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엔 시원함이 있다. 누군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을 때 듣는 이는 통쾌함을 느낀다. 개그프로그램에서 풍자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정치 풍자가 주는 신랄함은 묵은 체증을 해소시켜주는 맛이 있다.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시즌2'(이하 웃찾사)의 미덕은 방송가에서 사라진 정치 풍자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강성범 임준혁이 진행하는 코너 'LTE뉴스'가 대표적이다. 수위가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케이블채널에서조차 정치 풍자를 꺼리는 요즘이다. 정치 풍자를 한다는 것 자체로 '웃찾사'의 '용기'는 가상하다.
지난 29일 방송에서는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언급했다. 강성범은 이 소식을 포함해 이민호와 수지의 열애설, 돼지 뒷다리살의 인기 등을 전했다. 임준혁은 연예뉴스에만 반응했다. 정치뉴스에 대해서는 "톱모델 장윤주가 결혼한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결국 강성범은 임준혁에게 "그만 좀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연예가 소식이 다른 부문 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이태임-예원 논란만 해도 그렇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방송 프로그램 녹화 현장이다. 편집된 장면이 대중에게 공개될 뿐, '별일'이 다 벌어진다. 욕설 파문으로 시작된 이태임-예원 논란은 세세한 내용까지 파헤쳐 지며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정치 뉴스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해하기 위해 배경 지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이 알아야 하는 소식이 있다. 그럴 때 순기능을 하는 것이 TV다. 연예인들이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없지만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 개그프로그램의 정치 풍자도 이런 역할을 한다.
'웃찾사'의 기특함은 여기에 있다. '웃찾사'는 이달 개편을 맞아 전통적인 강자 KBS 2TV '개그프로그램'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인기 게스트 동원 등 손쉬운 방법 대신 그들만의 장기와 색깔을 택했다. 정치풍자를 다루는 'LTE뉴스'를 맨 마지막에 배치, 간판 코너임을 확실히 했다. 이밖에도 코너 '뿌리 깊은 나무' 등이 풍자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런 뚝심과 자존심이 ‘웃찾사’가 최근 상승세를 맞이한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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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