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위로 훈훈함을 널리 전파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코믹연기를 장착하고 나타났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던 유준상은 이제 드라마 '풍문으으로 들었소'로 온 국민을 데굴데굴 구르게 하고 있다. 치밀한 계산과 작전으로 모두를 '하수'에 두는 것 같은 캐릭터, 하지만 이성을 잃을 땐 누구보다도 '바닥'이 되는 그 남자. 정호로 돌아왔다.
30일 방송된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유준상의 코믹 연기가 폭발하는 날이었다. 그 동안 인상의 장인 형식(장현성)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인상(이준)을 인정사정 없이 때리며 육탄전으로 웃음을 안겼던 정호(유준상)가 이날은 '쫄면 먹방'으로 시청자들을 배꼽잡게 했다.
정호는 식구들이 밤참으로 떡볶이와 쫄면을 먹는 모습을 멀찍이서 쳐다본다. 그 시간 자신도 깨어서 서재에 있었건만, 자신을 쏙 빼놓고 먹는 식구들이 얄밉기까지 하다. 가정부 정순(김정영)은 이런 음식이야 체면 차리시는 어른들께서 당연히 안 드실거라고 판단해 애들만 먹인다.
이후 침실에 들어온 정호는 독서 중인 연희(유호정)에게 툴툴대고 연희는 바로 정순에게 인터폰을 걸어 음식을 대령시킨다. 참기름향이 고소하게 퍼지는 쫄면에 군침을 흘리던 정호와 연희는 기대에 차서 먹기 시작하는데, 아뿔사! 면에 가위질이 안 돼 있다. 면은 이빨로 끊어지지도 않고 계속 딸려오고 입 안에 들어온 면은 불을 뿜어댄다. 정호는 매운 쫄면에 식겁해 방방 뛰기 시작하고, 뒤늦게 선숙(서정연)이 가위를 들고 오지만 이미 정호와 연희는 먹던 것을 뱉어내고 있다.
방에 뛰어들어온 정호는 "119를 부르라"고 난리를 치며 욕실에서 분노의 칫솔질을 해 폭소를 유발했다. 정호는 쫄면에 분하다는 듯 "매운 음식은 음식이 아니야. 그냥 통증을 유발할 뿐이야"라고 이따위 서민 음식 먹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다.
쫄면 하나에 이런 배꼽빠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신을 맛깔나게 연기하는 유준상의 모습에도 박수가 나왔다. 체면 차리는 평소 모습과 다르게 군침을 흘리는 모습과 쫄면을 먹으며 펄펄 뛰고 난리를 치는 장면은 가희 압권이었다. 코믹 연기의 전설 찰리 채플린도 울고 갈 연기였다.
매회 코믹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뺏고 있는 유준상. 그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음회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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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