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안녕하세요’ 빨간머리 소녀, 우승은 못 해도 괜찮아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3.31 06: 55

다른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배타심은 심각했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이들은 주인공 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욕을 하며 상처를 줬다. 선천적인 빨간 머리로 인해 아주 어릴 때부터 마음고생이 심했던 소녀는 그래도 그렇게 특별한 머리를 물려준 엄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내며 감동을 줬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빨간 머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중학생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모자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숨긴 채 등장한 이 중학생 소녀가 머리를 드러내자, MC 및 패널들은 놀라움을 표했다. 미용실에서 전혀 손을 보지 않았다는 소녀의 머리는 요즘 유행하는 윤기 있는 빨간 머리였다. “내가 딱 하고 싶었던 머리”라며 반색하는 가수 백지영의 모습이 이를 증명했다.

빨간 머리를 타고 났다는 이유로 소녀가 겪은 마음고생은 심했다. 친구들은 속도 모른 채 놀려댔고, 선배들은 “염색을 풀라”며 고깝게 봤다. 지나가는 어른들은 학생에게 염색을 시켰다며 어머니를 욕했다.
사실 소녀의 빨간 머리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머리 때문에 (딸) 인생을 망쳤다‘는 말을 들었다”며 가장 상처를 받았던 말을 꼽았고, 이 말을 듣던 딸은 엄마의 말에 울컥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빨간 머리를 타고난 친구를 위해 빨간 염색을 감행하기도 했다는 절친한 친구는 “민아가 초등학교 때는 웃고 장난도 많이 치고 밝았는데 중학교 때는 몇 번 간간이 만날 때마다 어두워지더라.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소녀는 “원래 내 성격이 시끄럽고 장난기 많다, 그런데 머리색이 이러니까 선배들이 와서 머리 색 안 푸느냐고 그런다. 일이 더 커질까봐, 말대꾸를 한다고 할까봐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추천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리기 위해서 나왔다”며 자신의 머리카락이 원래 빨간 색임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울먹거리며 “나는 자연머리다.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원래 빨간 머리니까 절대 수군거리지 말아 달라. 아줌마들은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평범하다"고 말하는 소녀의 담담한 선언은 안쓰러움과 안도를 동시에 자아냈다. 함께 사연을 듣던 이들도 눈시울을 붉힐 정도.
소녀의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딸을 위로했고, 딸은 “엄마가 나에게 준 단 하나뿐인 선물이라 생각한다. 엄마 고맙다”고 속깊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이 빨간 머리 소녀는 1승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결과가 다행인 것은 소녀의 빨간 머리가 골치거리 아닌 특별함임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과 친구의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운 소녀의 성장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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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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