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거나 미치거나’ 오연서 때문에 슬프다가도 갑자기 화가 난다. 장혁과 임주환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죽기로 결심한 오연서가 참 바보 같기도 하면서 절절한 사랑이 안타깝기도 하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극본 권인찬 김선미, 연출 손형석 윤지훈) 21회분에서 왕소(장혁 분)의 신분, 과거 왕소와 혼례를 올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결국 왕욱(임주환 분)과의 결혼을 선택했지만 신율(오연서 분)의 모습은 마치 산송장과도 같았다. 넋이 나간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툭하면 울고 왕욱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무표정한 얼굴은 살아있는 것만도 못한 모습이었다.
신율은 5년 전 왕소와 혼례를 올려 목숨을 잃을 상황에 처했고 왕욱이 나서 신율을 구했다. 결국 왕소와 신율은 서로의 행복을 빌며 이별을 고했고 신율은 왕욱과의 국혼을 준비했다. 그러나 신율의 마음속에는 왕욱이 전혀 없었다. 5년 동안 그래왔듯이 오로지 왕소 뿐이었다.
국혼에 앞서 옷을 맞추는 상황에서도 신율의 표정은 거의 죽음을 앞둔 사람 같았다. 신율은 5년 전 왕소와 혼례를 올렸던 달달한 그때를 회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신율은 왕소가 위험에 빠질까봐 왕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감춰야만 했다. 이에 왕소가 찾아와도 차갑게 굴었고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매정한 말까지 했다.
왕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왕욱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신율의 냉독증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신율은 “날 살리지 말아라”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했다. 거기다 마치 신변을 정리하려는 것처럼 청해상단 식구들에게 상단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왕욱은 그런 신율의 모습에 분노하며 “무엇이 널 지키는 길이냐. 무엇이 널 살리는 길이냐”고 물었지만 신율은 표정 변화 없이 “전하께서는 이미 차고 넘치게 날 지키고 살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율에게서 살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사랑도 삶도 신율에게는 모두 의미가 없었다.
신율이 그런 태도를 보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 신율의 마음을 아는 건 같은 여자인 황보여원(이하늬 분)이었다. 황보여원은 절망하는 왕욱에게 “그 아이 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죽고 싶은 게다. 단영이처럼. 너와 가문 사이에서 누구도 다지치 않게 죽음을 택한 것처럼 그 아이도 너와 그 사람 사이에서 누구도 다치지 않는 죽음을 택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한 것.
왕소와 왕욱을 차갑게 대하고 병을 치료하려는 의지도 없고 그저 신율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왕소와 왕욱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는 신율의 사랑이 슬프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는 신율의 행동은 시청자들의 화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종영까지 3회 남은 가운데 신율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있고 그의 사랑도 어떻게 결론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걸 포기한 채 그대로 죽음을 받아들일지 왕소와 사랑의 도피를 할지, 왕욱과 결혼해 불행한 삶을 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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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