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유호정, 미워할 수 없는 철없는 왕비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31 10: 29

배우 유호정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미워할 수 없는 철딱서니 없는 ‘왕비님’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분명히 하는 행동은 안방극장의 공분을 살만한 ‘갑질’인데 어딘지 허당기가 묻어나는 2% 부족한 ‘갑질’이라 피식 웃게 만든다.
유호정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뼛속까지 최상류층인 최연희를 연기하는 중이다. 연희는 법조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남편 한정호(유준상 분)와 달리 자신의 손으로 무엇인가를 이뤄본 적이 없는 태생부터 공주 유형이다. 기품 있는 행동을 하려고 하지만 위선적이고 속물 근성을 숨기지 못하는 다소 부족한 구석도 있다.
이 드라마는 연희가 별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인데 내공이 부족해 당황할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고상한 부잣집 안주인으로 살고 싶지만 며느리 서봄(고아성 분)이 들이닥친 이후 뜻대로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비서 이선숙(서정연 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비서 바보’다. 여기서 연희가 가진 캐릭터가 최상류층 풍자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이유가 나온다. 완벽해 보이기 위해 발버둥을 치나 자꾸만 모자란 구석만 눈에 확 들어오면서 우아한 행동을 하면 할수록 우스꽝스럽게 보여 풍자의 쾌감이 올라가는 요인이 된다.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 표현이 가능한 유호정이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유호정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 같은 이중성으로 무장했지만 빈구석이 있는 연희가 시청자들에게 ‘비웃음의 창구’가 될 수 있게 제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 언제나 비서의 손을 빌려 구두를 신고, 작은 가방 하나도 자신의 손에 드는 법 없으며, 거친 몸싸움에 휘말리기는 싫지만 말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비서를 불러댄다. 조금만 상대가 소리를 높이면 어쩔 줄 몰라 정신이 혼미해지는 연희의 허점을 부각시키는 연기를 하는 중이다.
고고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한없이 무너지는 당혹스러운 표정, 연희의 간사한 성격을 담은 듯 섬세한 목소리 연기, 상황과 맞지 않은 고상한 손동작을 자유자재로 쓰는 설정이 유호정에게서 나왔다. 말을 할 때 사람 표정을 먼저 살펴보느라 한박자 뜸을 들이는 게 익숙하고, 사람을 상대할 때 간을 보는 게 익숙한 연희의 행동은 살짝 몸을 틀어 자세를 유지하거나 허리를 과장해서 꼿꼿하게 만드는 유호정의 섬세한 설정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유호정은 자칫 욕을 먹을 수 있는 ‘밉상 캐릭터’를 웃음기 가득하게 연기를 하며 안방극장의 호감을 사는 중이다. 아무리 캐릭터가 얄미워도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사랑을 받는다는 드라마 흥행 법칙이 이번에도 증명된 셈이다.
비서 선숙이 연희와 그의 친구들에 대해 ‘유아기적 퇴행 증상 자주 보이는 분들’이라고 표현했듯이 내면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않은 연희. 인간 유호정, 배우 유호정의 모습을 잊게 한 채 연희로 탈바꿈한 유호정의 ‘밉상 퍼레이드’가 ‘풍문으로 들었소’ 시청을 기다리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심지어 '풍문으로 들었소' 특유의 어두운 조명에도 눈에 띄는 유호정의 방부제 미모는 안방극장을 놀랍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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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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