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과 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지친 을, 즉 투명인간을 조명하고 위로한 '투명인간'이 쓸쓸한 종영을 맞았다. 가벼운 게임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다양한 장치로 쉴틈 없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투명인간'의 아쉬운 퇴장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이 1일 종영했다. 3개월을 달려온 '투명인간'은 안방극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저조한 시청률에 따라 봄개편에서 폐지 칼바람을 맞았다. '투명인간'은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잡고 강력한 입담을 뿜어내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SBS '에코빌리지 즐거운가', '한밤의 TV연예' 등의 선전에 밀려 최하위 시청률을 기록한 것.
특히 심야 시간대 시청률 파이가 작아져도 '라디오스타'의 꺾이지 않는 강세에 KBS 수요일 심야 프로그램은 몇 년째 맥을 못 추고 있는데, '맘마미아', '풀하우스' 등의 예능프로그램의 처참한 실패는 물론, 각종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에 드라마스페셜까지 이 시간대에서 모험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한 경험이 있어 KBS의 무덤 시간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공영방송 KBS는 프로그램의 안착을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하지 않은지 오래다.
이처럼 '라디오스타'의 강세에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12번의 방송 만에 문을 닫은 '투명인간'은 그래서 더 아쉽다. 지난 1월 7일 첫 방송된 '투명인간'은 강호동 하하 김범수 정태호 강남 육성재 등이 출연해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웃음과 힐링을 전하는 착한 콘셉트로 새 바람을 몰고 왔던 것. 사무실에 있는 직장인과 웃음 대결을 펼치는 이들은 매회 진화, 발전하는 모습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강호동의 전매특허 콩트연기는 직장인들에게 웃음 선물을 선사했고, 사장부터 사원까지 '계급장 떼고' 하는 게임은 공감가는 재미를 안긴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부터는 배경을 공장 등으로 옮겨 보다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공장에서 직접 업무를 체험한 이들은 가마솥 공장에서 만든 가마솥 밥을 만들어 근로자들과 다 함께 회식하는 포맷으로 훈훈한 힐링 타임을 선사했다. 따뜻한 가마솥밥으로 강도 높은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배를 채우며 웃음을 선사한 '투명인간'은 아직 한점의 흠집조차 나지 않았을 가마솥이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후속으로는 지난해 ‘제2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을 재조명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던 '공소시효‘가 오는 4월 15일과 22일, 2부작 기획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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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