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과 김구라가 만난 새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가족 문제로 갈등을 겪는 많은 시청자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끌었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재미와 함께 공감을 잡았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고민을 끄집어내고 이를 해결하는 대안 제시를 통해 즐거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으로 출발을 했다.
지난 31일 방송된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가족이 출연해 고민을 함께 토로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 유재석과 김구라가 메인 MC를 맡은 가운데 이날 방송은 서로의 생각이 조금은 다른 부모와 자녀가 출연했다.
중학교 2학년생인데 화장을 과하게 하는 딸 때문에 고민인 엄마, 딸과의 대화를 휴대폰 문자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한다는 엄마, 연예인 지망생 아들 때문에 고민인 엄마가 출연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진지했지만 그렇다고 무겁게 다뤄지진 않았다. 제작진의 웃음 감각이 있는 자막은 몰입도를 높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인 부모와 자녀는 소통과 이해가 필요했다. 화장을 많이 하는 딸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이유가 있었고 엄마는 다른 사람 눈에 좋지 않게 보이는 것을 걱정했다. 딸과 대화를 하지 않는 엄마는 고된 직장 생활이 힘들어 딸을 챙기지 못했고, 딸은 엄마와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서운해 했다. 연예인 지망생 아들 때문에 고민인 엄마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됐고, 아들은 연기를 해서 칭찬을 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꿈을 키워갔다.
가족이지만, 그 누구보다 끈끈한 관계지만, 그래서 서운할 수 있는 가족들의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영원한 평행선을 달릴 수 없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출연자들의 따뜻한 접근이 공감을 책임졌다.
분위기는 유쾌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미묘한 갈등이 밝게 담기며 예능적인 재미를 높였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출연 가족들의 솔직한 속내를 섬세하게 담으며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일단 구성은 관찰 형식과 스튜디오 진행이 섞여 있었다. 가족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 갈등이 관찰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보고 유재석과 김구라, 그리고 패널인 지석진, SBS 박은경 아나운서, 장영란, SBS 사회부 이한석 기자, AOA 지민, 노태엽이 생각을 밝혔다. 또한 부모와 자녀 판정단이 함께 대화를 하며 이들의 고민을 함께 토로했다. 부모와 자녀의 시선에서 본 두 가지 유형의 영상이 서로가 가진 생각의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출연해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구성은 사실 새롭진 않은 형태. KBS 2TV ‘안녕하세요’와 JTBC ‘유자식 상팔자’가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실제 관찰 영상을 통해 갈등의 이해도를 높여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재석의 따뜻한 진행과 갈등의 맥락을 짚는 촌철살인 김구라의 툭 찌르는 한 마디가 출연 가족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연예인들은 공감이 가는 부분은 지지를 하고, 잘못된 부분은 지적을 하며 부모와 자녀가 조금은 더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을 보였다. 진행 성향이 많이 다른 두 MC는 각자의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하며 첫 호흡을 맞췄는데도 어울림이 좋았다. 좋은 취지와 함께 공감 가득한 유쾌함이 있어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가다듬어 정규 편성이 된다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공감 예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예인 패널보다는 가정 문제에 관한 전문가 패널이 이 프로그램에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규 편성이 된다면 연예인 패널 숫자를 줄이고, 좀 더 심층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심리 전문가나 가족 갈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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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