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선와 절대 악의 만남.' 방송인 김구라는 유재석과의 호흡을 이처럼 표현했다. 배려의 대명사인 유재석과 독설의 상징인 김구라이기에 어쩌면 상극의 조합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난 31일 오후 방송된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두 사람의 만남이 꽤 괜찮은 조합임을 말해줬다.
'동상이몽'은 사춘기인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출연해 각자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해답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인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KBS 2TV '안녕하세요'나 스타들과 청소년 자녀들이 출연하는 JTBC '유자식 상팔자'와의 차별점은 관찰 카메라를 투입,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화면으로 전한다는 점이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자의 성향에 프로그램 분위기도 좌우됐다. 2년째 대화가 단절된 김은영씨와 중1 딸 김태은양의 사연은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인, 안타까운 모녀였다. 반면 연예인 지망생인 고1 곽성찬군과 이를 반대하는 엄마 김화자씨는 남다른 입담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안겼다.
유재석은 이처럼 각양각색의 출연자를 아울렀다. 지나치게 표출하는 출연자는 적당히 자제를 시키고, 수줍어하는 출연자는 독려했다. 그의 깔끔한 진행 덕분에 대체적으로 출연자들은 편안하게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놨다. 다소 무거워질 때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금방 전환되면서 예능프로그램의 성격을 유지했다.
반면 김구라는 적재적소에서 촌철살인 멘트로 긴장감을 유발했다. 때론 현실적인 조언과 날카로운 지적을 건넸다. 덕분에 논의는 활발해졌고, 출연자들도 솔직해졌다. 그 와중에 특유의 '집안일 공개'도 잊지 않았다. '끊임없는 대화'라는 아내와의 갈등 해소법이나 아들 김동현의 반 등수 등이 여기에 해당됐다.
편안한 유재석과 직설적인 김구라.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신선했다. 또 상호 보완할 수 있다. 유재석과 김구라라는 성공적인 조합의 발견은 이날 '동상이몽'이 올린 성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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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