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호구’, ‘미스김’의 꼬집기와 ‘그사세’의 따뜻함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4.01 09: 57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극본 윤난중, 연출 표민수)이 호평 속 종영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미혼모, 동성애, 성폭행 등 파격적인 소재를 등장시킨 ‘호구의 사랑’은 ‘직장의 신’을 집필한 윤난중 작가의 재치 있는 꼬집기와 ‘그들이 사는 세상’ 표민수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지며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지난 31일 종영한 ‘호구의 사랑’은 성폭행 피해자 도희(유이 분)가 세상에 당당하게 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도희는 수영 선수로 다시 활약하기 시작했고, 호구(최우식 분)와도 축복 속에서 결혼했다. 성정체성을 고민했던 강철(임슬옹 분)은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호경(이수경 분)과 마주하며 핑크빛 러브라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언제나 반짝거리던 도희에 미혼모 낙인을 찍으며 철저히 외롭게 만들었던 당사자 경우(김현준 분)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 경우는 1심에서 받았던 징역형을 2심에서 완전히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결과는 등장하지 않아 외로운 성범죄 피해자들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경을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했다. 또 범죄 피해자임에도 ‘처신을 똑바로 했었어야지’라는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짚었다.

‘호구의 사랑’은 성범죄 피해자로, 아무런 죄가 없어도 세상에서 숨어야했던 도희의 고뇌가 절절하게 그려져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이에 그가 자신의 처지를 오롯이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천사 같은 호구의 사랑의 힘으로 다시 세상에 나갈 용기를 얻는 모습은 더욱 큰 감동을 안겼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순정남 호구의 모습은 존재 자체로 힐링을 선사하며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했다. 또 강철을 통한 동성애 코드도 왜곡 없는 시선으로 그려지며 성적 소수자의 고민과 불안함 등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호구와 호경 남매의 사랑에 대한 다른 생각은 ‘썸 타는’ 사회 풍조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경쾌하게 담아냈다. 설레는 연애 감정은 즐기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가벼운 연애 행태에 대한 담론 등이 이어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로맨틱코미디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답게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독특한 형식의 영상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윤난중 작가의 전작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은 미스김(김혜수 분) 캐릭터를 통해 계약직 직원의 현실을 비틀며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슈퍼 을’ 계약직 직원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통쾌함을 선사한 것. 본인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수행하며 늘 당차게 할 말은 하는 캐릭터는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인 비정규직의 입장을 유쾌하게 비틀며 힐링을 선사했던 ‘직장의 신’은 미스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호구의 사랑’도 마찬가지. 윤난중 작가의 문제제기는 다수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도록 자극적이지 않게, 하지만 묵직하게 그려지며 매회 생각할거리를 제공했다.
이는 ‘그들이 사는 세상’, ‘풀하우스’, ‘아이리스2’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표민수 감독이 있어 가능했다. ‘호구의 사랑’을 통해서 감성적인 장면은 물론, 애니메이션을 삽입하거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각종 패러디 등 유쾌함이 묻어나는 각종 코믹한 장면을 더한 표민수 감독은 청춘들의 무거운 고민과 치열한 사랑을 따뜻하게 감싸며 감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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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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