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제작 영화나무)은 스무 살을 맞이한 세 친구의 이야기다. 신체 건강한 세 청년의 주된 관심사는 여자다. 모든 대화는 '기.승.전.여자'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치호(김우빈)는 직설적으로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경재(강하늘)와 동우(이준호) 역시 다를 바 없다.
'스물'엔 그런 세 인물과 호흡을 맞추는 4명의 여배우들이 있다. 가장 반짝이는 인물은 이유비다. 그가 맡은 소희는 귀엽고 깜찍한 실제 이미지를 십분 살렸다. 청순한 외모와 달리 언변은 거침없다. 친오빠 경재의 친구 동우를 짝사랑하는 그는 "나 지금 물올랐어, 완전 탱탱해"라며 발칙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와 호흡을 맞춘 이준호는 OSEN과 인터뷰에서 이유비에 대해 "실제 통통 튀고 발랄하다. 캐릭터 그 자체라 현실과의 괴리감이 없다"고 평했다. 이병헌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남자들의 로망인, 친구의 귀여운 여동생 역으로 이유비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정주연도 마찬가지다. 정주연의 성숙한 분위기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수하는 캐릭터 은혜의 위태로움과 닮아 있다. 그는 치호에게 오랜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고도 만남을 이어가고, 바람둥이 치호를 쥐락펴락한다. 그런 은혜는 치호가 여자가 아닌 진짜 사랑에 배우는 계기이자, 치호에게 하고픈 일을 찾게 되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스물'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남성 캐릭터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여성 캐릭터들이 도구화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소민(정소민)은 다짜고짜 자신의 가슴을 만진, 사실상 성추행을 한 치호와 사귀고, 이후엔 그의 절친과 연인이 된다.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는 진주(민효린)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치호가 보여주는 여성관 또한 수긍하기 쉽지 않다. 치호는 친구들을 집 어딘가에 숨겨 놓고 자신과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의 하룻밤을 생중계하려고 한다. 비록 미수(?)에 그치지만, 치호의 이런 위험한 발상은 범죄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여배우들의 활약을 평가절하 할 순 없다. 세 청년의 가장 눈부신 한때를 함께 한 이유비 정주연 정소민 민효린. 그들이 있어 '스물'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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