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소재로 드라마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5’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금요일 저녁 9시대 100분 편성된 드라마스페셜은 비슷한 시간대 방송되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앞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탄탄한 짜임새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을 선사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5’는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중계로 인해 70분 방송된 세 번째 작품, ‘머리 심는 날’을 제외하고는 한 작품에 각각 50분씩 2회, 총 100분이 방송됐다. 이에 작가의 신선한 시각과 데프콘 최태환 하은설 장성범 등 궁금증이 생기는 배우의 발견, 감독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어우러진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5’는 보다 알찬 완성도로 높은 흡인력을 발휘했다.
지난달 14일 방송된 드라마스페셜 첫 번째 작품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묵묵하게 살던 강력계 형사 박찬수(이문식 분)는 자신의 침묵에 죄 없는 아이들이 죽어나가자 오열했다. 가만히 있는 사이 손쓸 틈 없이 사라지는 아이들. 그 앞에 무기력하게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찬수의 모습은 먹먹하고 답답한 기분을 선사했다. 찬수의 오열과 뒤늦은 후회는 어떤 것도 돌려놓지 못했고, 이들의 희생을 밟고 올라선 경찰 고위층의 미소가 겹쳐지며 섬뜩함을 안겼다.
이는 지난해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배가 가라앉는 순간에도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랐던, 착한 어린 승객들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로 온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것. 가만히 있어 모든 것을 잃은 찬수의 절망과 분노는 과연 누구를,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의 가슴을 울리는 오열이 생각할거리를 안겼다.
20일 방송된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극본 홍순목, 연출 김용수)는 신분을 숨긴 채 40년을 살아온 탈옥수 3명과 그들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로 관심을 끌었다.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는 반전이 거듭되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특히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데프콘의 특색 있는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미제 사건을 풀어내는 엘리트 경찰, 양구병 역으로 분한 그는 괴력을 지닌 도넛 마니아라는 재밌는 설정에 꼭 들어맞는 외모, 또 외모와 달리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반전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데프콘은 사건의 진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는 호흡이 긴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거나, 긴박하게 흘러가는 날렵한 액션 연기,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시청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센스 있는 유머로 호흡을 조절했다.
27일 방송된 블랙코미디 '머리심는 날'(극본 백은경, 연출 유종선)은 '딱 한방 또는 한 가지만 잘 되기를' 바라며 사는 탈모가 콤플렉스인 남자주인공이 뜻밖의 횡재로 겪게 되는 사건들을 경험하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는 일, 조기 탈모에 고통 받는 20대 청년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시대에, '그건 별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드라마는 취업을 위해 달리는 젊은 청년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이들이 스스의 발목을 잡았던 콤플렉스를 털어내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이전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기 때문. 하지만 취업이라는 벽을 넘어섰다고 해서 이들의 인생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머리 심는 날'은 긴 여운을 남겼다.
3일 방송된 ‘웃기는 여자’(극본 이정민, 연출 김형석)는 안 웃겨서 슬픈 개그우먼 여자와, 못 웃는 판사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성장하는 밝고 경쾌한 스토리로 웃음을 안겼다. 까칠 판사 김지훈은 개그우먼이 되려는 평범한 여자 문지인과 한 편의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를 그려냈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소재와 캐릭터가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5’는 3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1 막을 내렸다. 오는 8월과 12월에 각각 6편과 5편이 방송돼 총 15편이 전파를 탈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24편에서 9편 줄어든 수치다. 또한 금요일 저녁 9시대라는 좋은 시간대에 편성되며 웰메이드 단막극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던 것도 잠시, 각종 예능프로그램 등에 자리를 비워주게 된 드라마스페셜은 안정적인 시간대가 없다는 이유로 호평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함께 다음 시즌에 대한 불안감을 남기고 있어 아쉽다.
jykwon@osen.co.kr
'드라마스페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