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뭉근한 가마솥 케미, 뜨거울 기회 잃었다 [종영]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4.04 07: 45

KBS 2TV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이 멤버들의 제대로 된 케미를 채 발휘하기도 전에 아쉬운 종영을 맞았다. 강호동을 주축으로 하하 김범수 정태호 강남 육성재 등이 캐릭터를 잡아가던 ‘투명인간’은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봄개편 칼바람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1월 7일 첫 방송된 ‘투명인간’은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을 찾아가 시원한 웃음 대결을 펼치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언제나 위풍당당하던 강호동은 조용한 사무실에 들어가 웃음을 선사해야한다는 생각에 달아오른 얼굴을 드러내는 ‘소녀동’이 됐고, 파이팅 넘치는 하하, 얼굴로 웃기는 명품 가수 김범수, 능청스러운 허세남 강남, ‘초사이언’ 개인기로 화제를 모은 정태호 등은 자신만의 강점을 앞세워 저마다의 웃음을 안겼다.
멤버들은 직장인을 웃기지 못하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룰에 따라 필사적으로 웃음을 선사하려 하다가도, 직장 내 갑과 을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자리에 앉아 허심탄회한 이야기의 장을 마련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등, 늘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들에게 선물 같은 웃음으로 힐링을 안겼다.

‘투명인간’의 시청률은 첫회부터 신통치 않았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4.0% 시청률로 출발한 ‘투명인간’은 꾸준한 하락세 속 2%대에 머문 것. 이처럼 '투명인간'은 터줏대감 MBC 토크쇼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강세가 계속되자, 이를 기회로 삼아 매회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해진 시간 안에 펼치는 웃음을 건 대결에서 각종 상황극을 더하며 강호동의 전매특허 콩트 연기를 선보인 ‘투명인간’은 직장인들의 의외의 모습을 발굴해냈다.
또한 직장인의 업무를 함께 체험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한 ‘투명인간’은 가마솥 공장, 폐차장, 호텔 등 다양한 장소에서 함께 몸을 쓰며 땀 흘리고, 업무 후에 허기진 배를 가마솥 밥으로 채우며 회식하는 콘셉트로 진정성 넘치는 볼거리를 안겼다. 강남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최고의 멤버로 연달아 지목되는 등, 성실한 면모로 시선을 끌었다.
특히 ‘투명인간’ 멤버들은 지난 3월 초 불거진 폐지설에 대항해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멤버들은 폐지설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목소리로 폐지설을 부인했고, 현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하며 “지금은 멘트보다 몸을 쓸 때”라고 셀프 디스하는 등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은 매주 녹화 후 자발적인 회식을 통해 녹화 내용에 대해 되짚고,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조언하고 상의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돈독한 친목 관계를 빠르게 형성하며 프로그램의 리얼한 재미를 위해 노력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12번의 짧은 웃음과 힐링 속 더욱 기대를 모으던 막강 멤버들의 조합은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좋아지던 케미를 무기로 중심을 잡고, 가마솥이라는 ‘투명인간’의 상징적인 물품까지 만들어내며 프로그램의 부활을 위해 애썼지만, 모든 노력은 저조한 시청률 앞에 무용지물이 됐다. 가마솥 밥처럼 진득하게 기다려야 비로소 끓어 넘쳐 뜨겁게 유지되는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묘미일 것이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이제 끓어오르기 시작한 멤버들의 케미는 시청률지상주의를 고집하는 방송사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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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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