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그래도 강호동’을 기대할 이유 [종영]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4.02 06: 53

KBS 2TV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이 약 3개월 만에 아쉬운 막을 내렸다. 강호동의 새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 프로그램은 아쉽게도 봄 개편 정리 대상자(?)가 됐다. 생각보다 저조했던 시청률이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프로그램 폐지 소식과 동시에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 ‘강호동 위기론’이다. 약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재석)-강(호동)-신(동엽) 국민MC 라인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이기에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이른 종영이 다른 때보다 큰 인상을 남기는 게 사실이다.
지난 1일 종영한 ‘투명인간’은 연예인 출연진이 다 함께 직장인들의 일터를 직접 방문해 ‘투명인간’ 놀이를 함께 하는 콘셉트로 방송을 시작했다. ‘직장에서 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직장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자 조금씩 그 콘셉트를 바꾸기 시작했다. ‘투명인간’ 놀이를 했던 것에서 깜짝 상황극을 하는 것으로, 마지막에는 실제 직장인들의 일을 경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가운데 강호동은 팀을 이끌어 가며 강남, 정태호, 하하, 김범수, 육성재 등의 멤버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가는 역할을 했다. 직장인들이 아무리 강호동의 큰 얼굴을 보고 저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리고, 아기동자로 변신해 상황극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웃었다 해도 시청률을 단숨에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작진이 극구 부인했음에도 이미 돌기 시작한 폐지설은 자연히 단골 레퍼토리인 ‘강호동 위기론’으로 연결됐다.

강호동은 정말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을 보이고 있어 경쟁률도 높아졌다. 강호동은 신동엽, 김구라, 윤종신 등 MC들처럼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 종편을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각 방송국에서 중요한 프로그램 한, 두개를 하는 유재석과 비슷한 패턴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프로그램의 성패에 대한 부담감이 자연히 높아졌다.
유재석의 경우 지난해 말 종영한 KBS 2TV ‘나는 남자다’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그러나 ‘국민 MC’인 그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무한도전’, ‘런닝맨’ 등의 프로그램이 워낙 장수하고 있는 간판프로그램이었고, ‘나는 남자다’가 본래 20부작으로 기획이 된 데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도 적지 않았음으로 ‘위기설’ 같은 이야기를 듣지는 않았다.
반면 강호동은 2013년 복귀 직후 자신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MBC ‘무릎팍도사’가 문을 닫는 비운을 겪어야 했고, 그 후로 SBS ‘스타킹’을 제외하면 계속해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해 자리를 잡는 것이 숙제였기에 불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다작을 하는 예능인들의 케이블 프로그램은 한, 두 달 만에도 쉽게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진행을 맡았던 MC가 위기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는다. 한 프로그램의 운명이 진행자의 역량으로 결정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포맷이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쉬 변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출연 중인 프로그램 하나가 큰 빛을 보지 못할 때마다 프로그램의 성패에 책임을 지고(?) 위기설에 내몰려야 강호동의 운명은 다소 가혹하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위기론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 있겠나. 그게 강호동의 위치를 말해주는 거”라며 “양상국 위기론? 정형돈 위기론? 누가 보나. 위기론이라는 글자만으로도 메인에 설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방송인이다”라고 정리한 개그맨 정형돈의 말이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강호동은 정형돈의 말처럼 위기론이라는 글자만으로 메인에 설 수 있는, 아직은 시청자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방송인이다. 새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많은 시대, 강호동을 여전히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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