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 한국 천만 돌파가 말이 돼?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4.03 09: 50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4월 극장가는 '어벤져스2'의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안그래도 인기폭발인 '어벤져스' 시리즈가, 한국에서 직접 찍었다는 프리미엄까지 더 해 천만 돌파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예측이다. 역대 외화 흥행 1위 '아바타'를 넘고 1300~1500만도 노려볼만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맞붙는 한국 영화가 아주 없진 않지만, 이들 영화는 "'어벤져스2' 보러 온 사람이 매진 때문에 플랜비를 찾을 때를 노리는 것 아닐까"라는 '웃픈' 분석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진짜 진기록은 천만 돌파냐, '아바타'를 넘느냐가 아니다. '아이언맨3'가 벌써 900만을 찍었다. 여기에 서울이 어떻게 담기나 궁금해서 극장을 찾는 사람까지 합친다면, 천만 돌파를 안하는 게 이상하다. 관건은 첫 개봉 주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느냐다. 멀티플렉스가 '단일' 영화관이 될 가능성, 없지 않다. 

뒤늦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우리는 어쩌다 국민 5명 중 1명이 친히 극장에 가서 미국표 만화 캐릭터를 넋놓고 보는 경지에 올랐나. 열성팬이 두번 보고, 세번 본다지만 이 역시 신기하긴 하다. 그런 팬이 도대체 몇명이 돼야 수백만을 훌쩍 넘길 수 있는 걸까.
물론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랑은 '트랜스포머'가 앞서 증명한 바있고, '아이언맨'은 국내 대중에게 친숙한 까칠 재벌남과 유사하긴 하다. 그러나 히어로는 좀 다르다.
마블 블록버스터들이 원작으로 하고 있는 코믹북은 사실 현재 20~30대 관객들의 학창시절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일본에서 건너온 다양한 만화들의 영향권 아래서 자랐다. 스파이더맨, 헐크 등이 유명하긴 했어도 만화책을 찾아 구해 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보긴 어렵다. 토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은 '굉장히' 생소한 캐릭터다.
더구나 '히어로' 플롯이 익숙한 문화도 아니다. 한국에서 대대손손 사랑받아온 이야기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군중이 봉기하는 풀뿌리 문화였다. 군중까진 안가더라도, 약자간의 연대, 끈질긴 저항 등이 핵심이었다. 반면 미국 히어로물의 특징은 능력을 부여받은 한명,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무지한 대중을 구해내고 그에 상응하는 인기, 권력, 아니면 그만큼의 철학적 고뇌를 짊어진다.
히어로물이 압도적인 볼거리로 극장가를 섭렵한 시점과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한국 평범한 20대의 조직-행동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탈정치화 지적이 대두된 시점이 비슷하다는 풀이는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수백만명을 거뜬히 동원하는 이들 블럭버스터가 지금의 20~30대의 세계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나 그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례 관람할 만큼 내면의 뭔가를 세게 쥐고 흔들었다면 더욱 그렇다.
'아바타'는 3D를 체험하러, '겨울왕국'은 '렛잇고' 들으러, '인터스텔라'는 우주 구경하러, 극장에 갔다고 볼 수 있다. 히어로물의 천만 돌파를 앞둔 지금, 이 미국산 히어로가 지금 20~30대의 무엇을 건드렸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그런 거 전혀 없고, 단순히 볼거리일 뿐이라면 단순히 볼거리만을 위해 이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극장으로 향하는 것 역시, 현상이라면 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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