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근에 가까웠던 여성 래퍼계에 단비가 내렸다. Mnet 래퍼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 덕분이다. 8주 동안의 방송은, 대중에게 '제2의 윤미래'가 아닌 제시, 지민, 타이미, 키썸, 졸리브이, 육지담, 릴샴이란 여성 래퍼들의 이름을 또렷이 각인시켰다.
치열했던 경쟁의 끝자락, MC몽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됐던 마지막 6번 트랙 '아무도 모르게'를 차지하며 최종 우승을 거머쥔 이는 치타(24·김은영)였다.
"우승이라 불러주셔서 감사하지만, 사실은 그저 6번 트랙의 주인공일 뿐이에요. 트랙을 하나 더 따고 싶은 욕심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 기뻐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MC몽이라는 사람과 한 번 쯤은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해봐서 좋았죠."
'언프리티 랩스타'가 방송되는 내내 치타는 제시와 함께 '센 언니'로서의 어깨를 견줬다. 불화를 일으키거나, 거친 욕설을 수시로 내뱉진 않았음에도, 주변을 감싸는 오라, 평소의 무표정, 그리고 잘근잘근 씹어먹듯 내뱉던 특유의 래핑이 그랬다.
그런데 실제로 만났던 치타는 예상과는 달랐다. 생각보다 작고, 귀여웠고, 인터뷰 내내 웃음도 끊이질 않았다. 방송에서 봤던 무대 위 '센캐'와는 분명 딴판이었다. 오히려 웹상에 떠돌던, 긴머리 시절의 자못 여성스러웠던 모습이 물씬 묻어났다.
그런 말을 건네자 "그때(긴머리 시절)는 아무도 신경 안 쓰더니 왜 이제서야 자꾸 그 사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답과 웃음이 돌아왔다. "심경의 변화? 그냥 변화를 주고 싶어서 바꿨다"는 친절한 설명도 함께.
'언프리티 랩스타' 안에서 서로를 물어뜯듯 경쟁했던 것과는 다르게 카메라 밖에서는 다들 친분이 두텁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다만, '언프리티 랩스타'로 한창 주가가 오른 탓에 방송, CF, 행사, 화보촬영, 인터뷰 등 몇 곱절 늘어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치타 역시 최근 타이미, 릴샴과 Mnet '야만TV'에, 제시, 육지담과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케줄이 겹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러면 또 거기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눠요. 물론 따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해요. 전부 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처음 만난 래퍼들이에요. 그러고 보면 제가 활동을 참 안 했나 봐요.(웃음) 주변에서는 '은둔형 래퍼'라고 놀려요."
걸그룹 AOA의 멤버였던 지민에 대해서도, 특별히 선을 긋진 않았다. 바깥 사람들에게는 인기있는 걸그룹의 예쁜 멤버일지 모르지만 치타에게는 그냥 '여자 래퍼'이자, '언프리티 랩스타'의 경쟁자였을 뿐이었다.
"지민이도 똑같아요. '걸그룹'이란 타이틀이 있으니깐 유별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무대 위에서는 다른 래퍼들처럼 프로 의식을 갖고, 무대 밖에선 우리와 같은 사람이에요. 동갑이다보니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귀여운 면도 있고, 가끔은 욕도 하는, (어, 이거 말해도 되나요?) 똑같은 사람이에요. 오히려 그 타이틀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죠."
마냥 센 캐릭터로 그려졌던 자신의 모습이나, '치타'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과정도 몽땅 털어놨다. '택시'에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다.
"'센캐'요? 저 '안 센캐'에요. 그냥 할 말을 안 하면 병 생길 거 같아서 다 하는 편인것 뿐이에요. 그리고 사실 '치타'라는 게 지금은 '치명적인 타격'이 됐지만, 본래는 전 소속사 사장님이 어디 갈 때마다 늘 '가자, 치타!'라고 했던 게 자연스럽게 이름이 된 거에요. 맞아요. '타잔' 곁에 있는 그 치타(침팬치)요."
김은영이 김치타로, 김치타가 치타로 변신하는 과정도 은밀하게(?) 알려줬다.
"화장을 다 지우면 김은영, 거기에 아이라인을 그려넣으면 김치타, 그리고 거기에 속눈썹까지 붙이면 치타가 돼요.(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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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