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착않여’ 거미줄 관계도, 빵빵 터지는 반전의 원동력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4.02 10: 31

내 딸의 사윗감 후보가 알고 보니 내 은인의 아들인데, 사실은 내 원수의 아들이기도 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이유는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의 관계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아직 모르는,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인물들의 숨겨진 관계는 밝혀질 때마다 반전을 준다. 적당히 보여주고 감출 줄 아는 작가의 내공과 균형 감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일 방송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이두진(김지석 분)의 어머니이자 이문수 기자의 아내라고 알고 있었던 나현애(서이숙 분)가 사실은 자신의 어머니 김현숙(채시라 분)의 인생을 망친 악덕 선생 나말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정마리(이하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마리는 장모란(장미희 분)를 통해 이두진의 엄마 나현애가 자신의 어머니 김현숙을 퇴학시킨 교사 나말년이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 앞서 장모란은 김현숙과 미술관에 갔다 나말년을 마주쳤고, 그와 육탄전을 벌인 바 있다.
정마리는 혼란스러워했다. 나현애는 자신이 어린 시절 무정한 교사로 인해 시련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것,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정마리에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말을 했던 교양 있는 이두진의 엄마와 김현숙의 기억 속 못된 나말년 선생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은 정마리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현애가 나말년이라는 사실은 이두진의 입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사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 인물들의 관계는 여러 겹으로 겹친다. 마치 촘촘한 거미줄처럼 빈틈없이 짜여있다. 예를 들어 정마리를 좋아하는 두 남자, 이두진과 이루오(송재림 분)는 알고 보니 형제 사이다. 정마리의 이모 김현정 앵커(도지원 분)를 좋아하는 이문학(손창민 분)은 이두진의 작은 할아버지고, 이문학의 조카이자 나말년의 남편 이문수는 유일하게 레이프 가렛의 콘서트에 간 사진으로 정학 위기에 처한 어린 김현숙을 두둔하는 기사를 써 준 기자였다.
이처럼 꼬이고 꼬인 관계도는 주요 인물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 아내와 자식을 기억하지 못한 채 양미남 할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는 이철희(이순재 분)와 정마리는 한 교양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출연자로 만난다. 그리고 이철희의 옆에서 그를 돌봐주는 한충길(최정우 분)은 나말년과 과거 연인 사이였던 체육교사. 김현숙은 그를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오랜만에 만나 차를 마시기도 했다. 이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인물들 사이에 숨겨진 사실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터지고 또 터져, 끊임없이 크고 작은 반전을 이뤄나간다. 
등장인물들을 그저 엮는 것은 여느 드라마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캐릭터의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스토리를 짤 수 있어서다. 하지만 ‘착하지 않은 여자들’처럼 각 캐릭터의 개성과 역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전개가 시계태엽처럼 딱딱 맞물려 돌아가도록 이야기를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물들의 관계가 억지스러우면 시청자들에게 들통이 나는 게 정상이기 때문.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과거를 아우르며 깊이 있게 표현돼 억지스러울 수 있는 느낌을 모두 지웠다. 복선들로 보건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풀지 않은 반전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남은 반전들이 또 얼마만큼의 즐거움을 주게 될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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