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입방아] '압구정백야'? 압구정동과 백야는 없습니다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5.04.03 06: 59

'압구정백야'가 인기다. 궤변을 늘어 놓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욕받이'로 작용하며 오히려 더 챙겨보게 되는 오묘한 마력을 가졌다. 가부장적 가치관을 가진 임성한 작가 특유의 성격을 이해한다치더라도, 제목인 '압구정백야'는 어떻게 붙여진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요즘이다.
MBC 일일 드라마 '압구정백야'는 흔치 않은 가정사를 심층적으로 그려내는 중이다. 복잡하게 얽힌 가족간의 이야기 속에서 오고가는 캐릭터들의 대화는 혀를 차게 만들지만 묘한 흡입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전개를 보자면 드라마의 제목이 무슨 의미를 가진 건지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압구정백야'는 임성한 작가가 이제껏 그래왔듯 제작발표회 없이 바로 방송을 진행했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방송국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라는 사전 설명 뿐이었다. 주연 배우 역시 박하나, 강은탁이라는 낮은 인지도의 배우였다. 시청자들은 '압구정백야' 시작 전 임성한 작가가 또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인지, 특히 예능국을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라는 면에 관심을 드러냈다.

어찌된 일인지 '압구정백야'는 100회가 훌쩍 넘은 상황 속에서 예능국은 커녕 방송국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강은탁 형제가 극 중 예능국 PD라는 점과 극 초반 황정서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는 것을 제외하면 예능국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 제목인 '압구정'과 '백야'의 이야기도 극의 흐름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백야 역을 맡고 있는 박하나가 극 주인공이긴 하나, 분량은 오히려 임성한 작가의 조카인 백옥담이 더 많을 때가 상당수이며, 최근에는 금단비와 이보희 사이의 갈등이 더 크게 그려지는 중이다. 큰 맥락은 박하나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 이보희에 대한 복수지만, 복수와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또 '압구정'이라는 수식어 역시 무용지물이다. 강남권 특유의 무언가를 담고 있지도 않고 흔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중산층 등장 인물들이 나올 뿐이다. 물론 가끔 등장인물들이 결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예단, 예물 등으로 '고급진' 이야기들을 나누기는 하나, 이는 강남권이라고 해서 흔히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상징적 의미의 강남권 지명 '압구정'을 쓰며 딱히 꼬집지도, 누리지도 않고 있어 의아함을 자아낼 뿐이다.
결국 '압구정백야'는 임성한 작가가 늘상 쓰는 가족 이야기로 전락할 분위기다. 앞서 집필한 '오로라 공주' 등을 놓고 보더라도 배경이나 상황만 다를 뿐 가족 간의 갈등 이유나 사상 등은 비슷하다. 예능국도, 압구정도 없는 '압구정 백야'가 적당한 시청률과 이슈 속에 종영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임성한 작가가 후반부 어떤 한 방을 보여줄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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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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