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혜자가 마지막 2분 동안 시청자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사로잡았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 이순재와 재회한 그의 ‘소름 돋는 연기’가 안방극장을 눈물 젖게 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12회에는 기억을 잃은 남편 김철희(이순재 분)와 대면하는 강순옥(김혜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만나 혼란에 빠진 순옥은 충격 속에 “잡귀야 물러가라”라고 소리를 쳤다. 김혜자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했다.
이날 김현정(도지원 분)과 동생 현숙(채시라 분)은 철희의 정체를 알게 됐다. 그리고 고심 끝에 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순옥이 집에 없는 틈을 타 철희를 초대한 것. 이들은 철희가 집에 돌아와 과거 사진과 집안 곳곳을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기억을 살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직 순옥에게는 철희의 생존 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터. 순옥은 장모란(장미희 분)과 함께 호텔 스파로 인도해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란과 크게 다툼을 한 순옥은 예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왔고, 이는 철희와 순옥의 재회를 필연적으로 만들었다. 이를 걱정한 현숙은 미리 순옥에게 “지금 집에 아버지가 와 있다”며, “아버지가 맞다. 그리고 우리를 기억 못 한다. 자기 이름도 모른다”고 다급하게 설명을 했다. 하지만 순옥은 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기에 “제삿날도 아닌데 왜 왔냐”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리고 결국 갑작스러운 재회가 이뤄졌다. ‘혹시나 남편을 만날까’ 하는 손톱만큼의 기대를 안고 집에 도착한 순옥은 철희가 없음을 깨닫고 허탈하게 마당에 앉았다. 이처럼 예상도 못한 상황에서 철희가 나타났다. 물론 기억이 없던 철희는 순옥에 “안녕하십니까”라며 사람 좋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순옥은 그야 말로 혼돈 속이었다. 철희를 보자 마자 얼굴이 굳은 순옥의 동공만이 흔들렸다. 순옥의 눈에는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들이 뒤섞였고, 철희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젊은 시절 그의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그리고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그는 옆에 있던 주머니에서 소금을 한 웅큼 꺼내 던지며 “잡귀야 물러가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반가움과 원망, 그리움과 두려움이 한 번에 몰려와 눈물을 쏟았다.
김혜자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완벽하게 상황을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철희와 순옥은 정말 복잡한 관계다. 젊었을 적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운 그였기에 깊은 애증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갑자기 없어진 남편이 얼마나 걱정됐을까. 심지어 현재는 내연녀였던 모란과 함께 지내고 있던 순옥. 철희와의 재회는 그만큼 많고도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내공 깊은 연기자들의 집합으로 매회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하고 있다. 채시라, 도지원, 장미희, 서이숙, 김혜은 등 매회 놀라운 연기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김혜자는 이날 방송에서 ‘역시 연기의 신’다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극은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또 어떤 명장면이 탄생할 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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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