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식스맨 자리를 두고 후보로 거론된 이들이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다. 영광스런 자리고, 한번쯤 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한 번 취한 후에는 ‘맹독’처럼 온 몸에 퍼져나가는 책임감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10년 간 ‘무한도전’을 책임지며 동고동락을 해 왔던 멤버들조차도 국민 예능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하물며 골수팬에게는 ‘무임승차’의 수혜자로밖에 보이지 않을 새 멤버 식스맨이 예쁘기만 할까. 다 지킨다고 기존 멤버들만큼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미운털은 박히지 않을 수 있을 팁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1. 절대 금물 음주운전_운전면허 미소지자 우대?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의 하차 이유는 동일했다. 비연예인이라면 범칙금 납부와 면허 정지 등의 대가를 지불한 뒤 개인적인 반성을 하면 끝날 문제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의 경우엔 아주 작은 사안이라도 법을 어기면 제명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무한도전’ 범법의 가장 대표적 예는 음주운전. 길도, 노홍철도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경험이 있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유혹의 거인’이라는 특집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술을 권하며 감시를 하는 ‘웃픈’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운전면허 미소지자는 음주운전의 그 가능성이 미리 차단돼 있기에 우대를 해줄만도 하다.
2. 일말의 ‘잘생김’도 포기할 용기
‘무한도전’ 멤버들의 목이 터져라 외치는 자신들의 정체성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다. 외모, 지식 등 멤버들은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 ‘평균 이하’를 자처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집의 성격에 따라 ‘시크’한 모델이 되기도 하고, 레이서나 레슬러, 정열적인 댄서가 되기도 하지만 ‘무한도전’의 기본은 항상 ‘몸 개그’라 보는 게 시청자들의 정통적 시각이다. 장기 특집이 지루해질 조짐이 보이면 항상 ‘무한도전’ 다운 소소한 상황극과 몸 개그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는 팬들의 성화가 이어진다. 비 오는 논두렁을 걸으며 가차 없이 넘어지고, 얼굴에 콧물을 묻힌 80년대 초등학생, ‘쇼킹’한 여장의 미스 ‘무한도전’이 될 수 있는 뻔뻔함과 용기를 갖췄다면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된 것이다.
3. ‘無존재감’ 시기, 쇄도하는 ‘악플’을 견딜 강심장
‘무한도전’의 새 멤버는 한번쯤 혹독한 ‘무존재감’의 시기를 견뎌야 할 때가 온다. ‘무한도전’ 중간 들어왔던 전진이나 길 뿐 아니라 비교적 초창기 멤버인 정형돈까지 과거 부족한 존재감으로 인해 고생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진이나 길을 경우, 고정 멤버가 아닌 게스트로 출연할 때 좋은 반응을 받았던 이들이지만 실제 멤버로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원 멤버들의 개성에 눌려 자신의 자리를 쉽게 찾지 못하고는 했다. 때문에 ‘무존재감’도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무한도전’이지만, 한동안 ‘떠나라’, ‘재미없다’는 ‘악플’이 달릴 것을 감수할만한 강심장이 필요하다. 이 시기를 타계할만한 인내심 역시 새 멤버가 갖춰야 할 성품.
4. 장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
‘무한도전’ 멤버들의 삶은 상당수 ‘무한도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촬영일이 아닌 날에도 촬영준비를 하거나 갑작스런 촬영을 할 때가 있고, 장기 프로젝트라도 할라치면 이를 위해 틈틈이 노력을 해야 하는 열의가 필요하다. ‘무한도전’은 웃음만큼 때로는 감동도 줄 줄 아는 프로그램이다. 멤버들이 하나가 돼 만들어 내는 장기 프로젝트들은 그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멤버들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받았다. 새 멤버는 이처럼 장기 프로젝트에 특화돼 있는(?) ‘무한도전’의 빡빡한 일정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5. 그 녀석, 그 전 녀석의 빈자리를 메울 특별한 개성+조화
‘무한도전’ 멤버들은 하나같이 다 ‘센’ 개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떠난 ‘그 녀석들’은 오랜 시간 멤버들과 함께 한 만큼 자신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좋은 어울림을 보여줬다. 길의 경우 정형돈과 콤비를 이룬 ‘뚱스’ 캐릭터로 웃음을 줬고, 노홍철은 전매특허 ‘돌+아이’ 캐릭터로 활약을 보였었다. 특히 ‘무한도전’의 원년 멤버인 노홍철은 추격전을 비롯해 눈치 보기와 심리전을 해야 하는 특집 등에서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시청자들에게 반전의 재미를 주며 활약했었다. 장동민이 식스맨의 유력 주자로 손꼽히게 된 것도 노홍철처럼 두뇌게임에 능하다는 장점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무한도전’의 새 멤버는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혹 이를 개발시킬만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원 멤버들의 캐릭터와는 조화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어 자리의 부담감이 더 커진다.
*그 밖에도..하하와 전진이 군대에 다녀오며 ‘무한도전’과 잠시 떨어져있었던 시기를 겪었던 만큼 ‘군필’자가 식스맨 합류에 더욱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혹 군대에 다녀올 필요가 없는 여자(!)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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