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폴 워커가 한국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 팬들에게 진한 슬픔과 감동을 안기고 있다.
영화관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故 폴 워커의 유작 '분노의 질주7'은 2일 하루 동안 12만6천여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했다. 누적관객은 26만2천여명. 기세좋게 질주하던 김우빈-강하늘-준호의 청춘물 '스물'은 8만3천여명에 누적 156만명으로 2위에 머물렀다.
'분노의 질주'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영화다. 박진감 넘치는 슈퍼카 액션이 광속음과 어우러지며 짜릿함과 아찔함을 안긴다. 그야말로 오락영화의 본분에 충실한 작품이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해 보이는 차 추격전이 연이어 펼쳐지고, 차로 건물과 건물을 뛰어넘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만큼 인물들도 액션에 최적화된 인물들이다. 대부분 남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벌크업' 스타들이다. 주인공 도미닉 역의 빈 디젤부터 매끈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5편부터 합류한 정부요원 홉스 역의 드웨인 존슨은 어떤가. 울룩불룩 튀어나온 근육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 1일 개봉한 7편에는 액션 대명사 제이슨 스타뎀이 악역 데카드 쇼로 출연했다.
그렇다. 브라이언 오코너 역의 폴 워커만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유일한 '꽃미남' 배우였다. 14년 전 개봉한 1편을 떠올려 보자.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자랑하는 브라이언은 연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성 관객들을 유혹했다.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를 위해 위장 잠입한 경찰이었지만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브라이언은 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후 브라이언은 '사랑꾼'과 '우정꾼', 두 가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브라이언은 1편에서 신분을 감추고 도미닉의 여동생 미아(조다나 브류스터)와 사랑에 빠진다. 이후 미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며 그와 역경을 헤쳐 나가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다. 7편에서는 아들을 위해 미니밴을 운전하는 변신(?)을 감행하기도 한다.
브라이언은 5편부터 경찰이 아닌 도미닉의 완전한 '패밀리'로 함께 한다. 오직 미아 때문은 아니다. 1편에서부터 시작된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우정은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한다. 브라이언은 도미닉을 검거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도미닉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형제'가 된다. 이후 브라이언은 날렵한 신체 조건과 훈련된 실력으로 레이서인 동료들을 대신해 행동대장으로 나선다.
그런 브라이언 역의 폴 워커가 지난 2013년 11월 30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겨우 40세였다. 극중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가족처럼 지냈던 멤버들은 큰 슬픔에 빠졌고, 제작을 겸한 빈 디젤은 시리즈의 촬영을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7'는 폴 워커의 형제 칼렙 워커와 코디 워커,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폴 워커를 살려냈다.
'FOR PAUL'. '분노의 질주7' 마지막에 올라오는 이 자막은 꽤 뭉클하다. 14년을 브라이언 오코너로 살아온 폴 워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도미닉은 사랑스러운 가족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브라이언을 지켜보다 인사 없이 떠난다. 브라이언은 그런 도미닉에게 인사를 고하고 자신의 길로 떠난다. 폴 워커는 그렇게 영화 속에서 영원한 삶을 부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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