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배우 이민호와의 핑크빛 만남에 대해 방송을 통해 입을 열었다. 최고의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의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속내 고백, 어찌 보면 유재석이 있는 ‘해피투게더’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지는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 열애 인정 후 첫 토크쇼 출연을 했다. 남자친구 이민호와의 데이트 사실이 알려진 직후 진행된 녹화였다. 심지어 취재진이 방송국에 진을 치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2주 전 출연 약속을 했던 수지는 사생활 공개로 꺼려질 수 있는 토크쇼 출연을 감행했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아직은 20대 초반, 그리고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자 아이돌이자 배우다. 스타들의 연애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 톱스타 수지에게 사생활 공개는 부담이기도 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수지를 웃게 한 것은 이 프로그램을 10년여 동안 이끈 ‘국민 MC’ 유재석이었다.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는 수지를 먼저 알아차린 것도 뛰어난 관찰력과 세심한 성격을 가진 유재석이었다. 그는 먼저 “사실 우린 출연하지 않을 줄 알았다. 기사가 나와서 다른 네 분의 출연자만 녹화할 줄 알았는데...”라고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한 박미선이 “우리가 편하게 해주겠다. (연애에 대해) 안 물어보겠다”라고 우회적으로 질문을 할 태세를 갖추자 “거짓말 하지 마라”라고 수지가 조금은 웃을 수 있게 농담을 했다.
유재석은 “수지 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긴장을 하고 있다는 거다”라면서 데이트 사진이 공개된 후 열애 인정, 그리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수지를 배려했다. 수지가 “사실 그렇다고 해서 말을 다하기에는 쑥스럽다.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난감해하자 “이제 그만 물어봅시다”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수지가 “응원해달라”라고 팬들을 향해 당부의 말을 하자 유재석의 재치 넘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끄는 재주는 빛이 났다. 바로 진짜 응원가를 부르며 당사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짓궂지만 수용 가능한 장난이었다. 동시에 유재석의 이 같은 웃음기 있는 진행은 제 아무리 청춘스타라고 해도 연애 인정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미혼인 여성이 연애를 한다는 게 큰 실수를 저지른 것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일이 아니지 않나.
대중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을 하면서도 사생활 공개로 상처를 입은 수지를 걱정해 배려하느라 바빴던 유재석의 진행은 왜 그가 최고의 자리를 10여년째 이어오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채우는 답을 이끌어내면서도, 아끼는 후배이자 어린 수지가 행여나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게 신경을 쓰는 이날의 유재석은 평소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그래왔기에, 새삼스럽지 않아도 매번 마주할 때마다 ‘역시 유재석’이라는 호평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토크쇼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신선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해도 10년 넘게 방송되고 있는 ‘해피투게더’는 진행자 유재석의 기가 막힌 밀고 당기기와 배려로 지금 이 순간도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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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