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과 윤종신, 김동률과 이적, 김연우와 성시경. 이토록 멋진 뮤지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유희열의 원맨 프로젝트 토이라 가능한 꿈의 세 시간이 쌀쌀한 봄바람까지도 따뜻하게 물들였다. 감미로운 보컬리스트들의 향연, 토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인 14명의 아티스트들 꿈같은 환상적인 시간을 선사했다.
유희열 토이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정규 7집 '다 카포(Da Capo)' 발매 기념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일부터 오는 4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
유희열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토이 콘서트는 7년 만에 개최되는 공연이라 관객도, 무대에 선 유희열도 모두 벅찬 모습이었다. 이어진 이적의 무대는 시작부터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궜고, 건반 대신 마이크를 손에 쥔 유희열이 무대 중앙에서 산뜻하게 '내가 남자친구라면'을 부르며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토이의 공연은 시작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자주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닌 '레어템' 공연이라 더 그랬다.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노래 한곡 한곡,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이번 콘서트에는 유희열 토이를 중심으로, 윤종신, 김연우, 김동률, 이적, 성시경, 김형중, 이지형, 조원선, 신재평, 빈지노, 크러쉬, 윤하, 권진아, 악동뮤지션 이수현 등이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유희열은 이들을 게스트가 아닌 공연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면서 함께 만든 공연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콘서트에서 팬들과 만난 유희열은 "정말 반갑다. 나도 마음이 벅차다. 다들 변함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것을 보니까 행복하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특유의 재치 있는 농담으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워낙 화려한 말솜씨를 지니고 있는 만큼 공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유희열과 객원 보컬 모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14명 뮤지션들의 하모니는 최상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물론, 토크 시간에도 남다른 예능감과 재치를 자랑했다.
또 객원 보컬들의 다양한 무대와 함께 유희열과의 재미있는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 처음으로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김동률은 "이번에 처음 토이 앨범에 참여한 기수로는 막내다. 그래도 팬들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게 처음으로 객원 의뢰를 한 게 6년 전이었다. 그리고 2년 정도 흘러서 3년쯤 전에 올해 앨범 낸다고 하더라. 그런데 소식이 없더라. 그때 나는 아무 계획도 없었는데, 그때 계획에도 없던 내 앨범보다 이 앨범이 늦게 나올지 몰랐다. 나도 기다렸던 앨범이라 후련하다"라고 털어놨다.
그런가하면 윤종신은 "토이를 업어 키운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공연장을 채운다는 것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성시경은 "오랜만에 노래를 불러서 나도 오늘 신인처럼 떨린다"라고 이런 가수들이 한 군데 모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은 일이고, 여러분들이 좋아해줘서 다행이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형중은 "저는 토이한테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가 토이 객원 보컬이지만 토이는 약간 작가주의적, 인디 쪽에서 굉장히 음악 잘한다고 소문난"이라고 오랜만에 토이 공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털어놨다.
발라드가 주를 이루는 공연이었지만 열기는 어떤 아이돌의 공연보다 뜨거웠다. 김동률과 윤종신, 성시경 등 객원 보컬들의 거침없는 입담은 물론, 예능감 물오른 유희열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공연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줬다. 잔잔한 발라드에 흠뻑 몰입하고, 관객들과 함께한 무대에 열광했으며, 명품 보컬들의 재치에 한껏 웃었다. 14명 뮤지션의 색깔이 확실하면서도 유희열과의 조화도 완벽했다. 곡 연주와 열창을 번갈아가면서 무대를 누비는 유희열의 열정과 감성이 감동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이적과 김형중, 이지형 등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열정의 무대도 있었다. 무대를 누비며 열창하는 그들을 따라 관객들로 기립해 공연을 함께 만들어갔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7집 앨범 수록곡을 비롯해 토이의 주옥같은 히트곡이 이어졌다. '리셋', '내가 남자친구라면', '여전히 아름다운지', '거짓말 같은 시간',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기다립니다', '본 보야지', '너의 바다에 머무네', '스케치북', '취한밤, 여름 날', '굿바이 선, 굿바이 문', 'U&I', '세 사람', '소박했던, 행복했던', '그녀가 말했다', '모두 어디로 간걸까', '좋은 사람', '뜨거운 안녕', '그럴때마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우리', '땡큐' 등 세 시간 동안 27곡의 무대가 이어졌다. 더불어 윤종신과 이적, 김동률은 '본능적으로', '하늘을 달리다', '취중진담' 등 그들의 히트곡 무대까지 꾸미면서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앵콜 무대에서 팬들은 유희열을 연호했다. 유희열은 "기분이 정말 좋다. 언젠가 이런 공간에서 꼭 다시 만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 열심히 하겠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 팬들에게 '땡큐'를 선물했다. 특히 유희열은 노래를 부르면서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토이의 콘서트는 선후배 아티스트들의 조화로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권진아와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크러쉬 등 젊은 뮤지션부터 윤종신, 김동률, 김연우, 이적 등 선배들의 무대까지 가요계 명품 보컬들의 다채로운 무대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특히 내일은 없을 것처럼 열창하는 뮤지션들의 화끈하고 감성적인 무대가 공연을 촉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야말로 유희열 토이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풍성하고 꽉 찬 꿈의 시간이었다.
토이는 지난해 11월 '다 카포'를 발표, 음원 공개 직후 주요 온라인 음원차트 올킬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수록곡 줄세우기를 달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공연은 토이의 6집 발매 후 진행됐던 '땡큐(Thank You)'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단독콘서트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이번 콘서트는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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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