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백야’ 남자주인공인 강은탁이 어느새 병풍 위기에 처했다. 대신 ‘정작가’ 이효영이 박하나와 인연을 맺는 요상한 전개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 그림 익숙하다. ‘오로라공주’ 오창석이 당했던 임성한 작가가 만드는 ‘남자주인공의 저주’에 강은탁이 걸려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 119회는 ‘막장 드라마 대모’라고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당위성 없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바로 백야(박하나 분)가 친구 육선지(백옥담 분)의 이간질로 장화엄(강은탁 분)과 멀어질 가능성이 엿보인 것. 결혼에 확신이 차있던 백야는 갑자기 돌변했다. 이날 선지는 화엄의 부모가 정작가(이효영 분)를 이용해 화엄과 자신의 사이를 떨어뜨려놓으려고 한다고 이간질을 했다.
상처를 입은 백야는 자신에게 고백을 한 정작가에게 “아무 관계 아니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가까운 사이. 작가님이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화엄의 부모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정작가의 고백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교제하는 연기를 해서 화엄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의도인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 다만 갑자기 정작가가 친구의 여자친구인 백야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이간질로 인해 백야가 사랑하는 남자 화엄 대신에 정작가와 인연을 맺는 충격적인 전개이긴 했다.
화엄은 두 사람의 만남을 알지 못한 채 백야가 연락두절이 되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정작가는 화엄에게 백야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상태라 두 사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든, 아니면 연인 연기를 하든 화엄이 격노할 것임은 분명하다. 앞서 하나는 자신의 모친인 서은하(이보희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은하의 피 섞이지 않은 아들인 조나단(김민수 분)에게 접근해 결혼까지 한 바 있다. 당시에도 화엄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복수를 위해 나단을 선택했던 백야는 이번에도 친구의 이간질의 진짜 속내를 알지 못한 채 사랑하는 화엄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현재 ‘압구정백야’는 백야와 화엄의 결혼을 반대하는 시부모로 인해 이야기 중심이 갑자기 화엄에게서 정작가로 넘어온 상태다. 초반 비중이 작았던 정작가는 남자 주인공인 화엄보다도 많이 등장하는 중. 심지어 화엄 역의 강은탁은 나단 역의 김민수가 하차한 후 정작가 역의 이효영에게 또 다시 가려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앞서 임성한 작가의 전작인 ‘오로라공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주인공인 오창석 대신에 신예 서하준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결국 서하준이 여자 주인공인 전소민과 결실을 맺었다. 오창석은 황당한 죽음으로 드라마에서 하차한 바 있다.
임성한 작가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남자 주인공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모양새다. 보통의 드라마가 남녀 주인공의 험난한 사랑을 담기 위해 주변 인물들이 등장해 방해를 하긴 해도 주변 인물이 주인공보다 크게 부각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도통 이야기의 맥락을 잡기 힘든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신기한 일은 아닌 듯 보인다. 선지의 어이 없는 거짓말에 홀딱 속는 듯한 백야나(심지어 백야는 언제나 똑똑한 척 하지 않았나), 갑자기 등장해 초반 '진상 행동'과 달리 멋있는 남자가 된 정작가나, 친구에게 역습을 당할 위기에 처한 화엄이나 참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오늘도 ‘압구정 백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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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