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단막극 시즌1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개성 있는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부터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 개명이나 개그맨처럼 특별한 소재는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달달하게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웃기는 여자'(극본 이정민 연출 김형석)는 한 편의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전개를 걸어가면서도 이 드라마가 전혀 진부하지 않았던 것은 특별한 소재와 캐릭터의 힘이 컸다.
‘웃기는 여자’의 주인공은 웃기지 못해 데뷔를 못하고 있는 개그우먼 고은희(문지인 분)와 웬만해선 잘 웃지 않는 개명 담당 판사 오정우(김지훈 분)였다. 고은희는 개그우먼으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평범함 때문이라 생각했고, 이를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이름을 ‘고릴라’로 바꾸겠다고 개명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의 개명 신청은 번번이 기각돼 돌아왔다. 담당 판사 오정우가 이를 장난으로 받아들였던 것. 오정우는 고은희의 절친한 친구인 아나운서 윤미라(임도윤 분)가 주최한 소개팅에서 고은희를 만났었고, 오정우와 안면이 있는 고은희는 그에게 ‘고릴라’로 개명하는 것을 받아달라고 떼를 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오정우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개그우먼이라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고은희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고릴라’로 이름을 바꾸겠다는 고은희의 의지가 그렇게 장난스럽고 단순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될 때쯤, 그는 고은희와 술을 마시다 뽀뽀를 하고 말았다.
다음날 고은희는 어색해 하면서 오정우와 종종 마주쳤던 포장마차에 갔다. 따로 앉았던 두 사람은 주인 아주머니의 성화로 인해 합석을 하게 됐고, 서로를 향해 더 강한 호감을 느꼈다. 오정우는 고은희에게 "영화를 보지 않겠느냐"며 데이트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다. 매번 코너 선정 시험에 떨어지기만 하는 고은희는 선배 개그맨으로부터 구박을 받았고, 우연히 이 모습을 오정우에게 들켜 속상해 하며 도망쳤다. 이후 그는 개그우먼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고 동물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정우는 그런 고은희에게 좋은 뜻을 담아 '고릴라'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또 "판사님을 좋아했다"는 고은희가 있는 동물원에 직접 찾아가 "개그우먼 포기 안 하려고 한다"는 그에게 "나도 그렇다. 나도 은희씨 포기 안하려고 한다"고 고백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웃기는 여자’는 두 남녀가 서로를 좋아하고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과 같은 작품이었다. 또 이를 연기한 두 배우는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발휘했다. 오랜만에 차분한 역할을 맡은 김지훈은 잘생긴 얼굴과 어울리는 ‘냉미남’의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 내 돋보였고, 여주인공 문지인은 아직은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임에도 불구, 개으우먼이 되기 원하는 평범한 여자를 실감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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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