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부탁해' 이경규, 버럭 버린 순둥이가 사는 법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4.04 08: 30

[OSEN=표재민의 꿀잼노잼] 세월이 흘렀고, 방송인 이경규도 대중의 입맛에 맞게 변했다. 강산이 3번은 바뀌었을 30년을 훌쩍 넘겼다. 벌써 데뷔 36년차를 맞았다. 당장 며칠 앞도 살피기 어려운 빠른 방송계에서 이 같은 긴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경규는 바보 연기도 서슴지 않았던 콩트 연기로 시작, 안정적인 진행 속 재담을 뽐내는 진행자다. 전성기가 언제였냐는 질문도 무색할 정도로 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그다. MBC ‘일밤-몰래 카메라’를 성공시키며 예능 프로그램의 황제로 군림하던 시기에도, ‘이경규가 간다’, ‘느낌표’ 등 공익성 프로그램을 이끌며 바른생활 지킴이로 활약하던 시기에도, KBS 2TV ‘남자의 자격’, SBS ‘힐링캠프’ 등을 통해 변하지 않는 건재함을 과시하던 시기에도 말이다. 언제나 안방극장은 그와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런데 요즘 이경규가 조금은 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보여줬던 조금은 예능에서 당당하고 센 캐릭터가 많이 부드러워진 모양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능 속 캐릭터를 바꿔입으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

‘힐링캠프’에서 이경규는 날카로운 질문을 책임지면서도 친분이 있는 게스트의 폭로에 속수무책 당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방송된 ‘힐링캠프’ 이문세 편이 그렇다. 청년 이경규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이문세의 거침 없는 폭로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한 회심의 일격은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제가 요즘 여러 가지 지병이 있는 것은 아시죠?”라고 우회적으로 그만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예능감이 뛰어난 이문세는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두 사람의 폭로전에 시청자들은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었다. 
솔직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스트들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토크쇼. 이경규는 ‘힐링캠프’에서 유독 게스트들에게 구박을 받기도, 과거 귀여운 실수가 섞인 행적으로 인해 폭로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버럭 화를 내며 제동을 걸기도, 가끔은 우는 소리를 해가며 폭로를 멈추길 바라기도, 가끔은 맞대응을 하며 재미를 높이기도 하며 유려한 진행 솜씨를 뽐낸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 이경규의 예능 캐릭터를 설명하라고 하면 한 단어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상황에 따라 변모하며 시청자들을 마주하고 있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관찰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서도 마찬가지다. 딸 이예림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구성인데 화려한 말솜씨와 달리 딸과의 대화법을 찾지 못해 애먼 농담이나 하고, 개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하는 빈구석이 있는 아빠다. 딸에 대한 사랑은 가득한데 표현법을 몰라 헤매고, 다정한 다른 부녀를 보며 설정이라고 둘러대는 이경규의 귀엽고 친근하며 공감 가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이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예림의 설명대로 집안 서열이 아내, 딸, 강아지보다 낮아 밖에서 소리치고 다닌다는 이 시대 짠한 아빠들의 표상인 것.
이 같은 진행을 할 때는 한없이 강했다가도 어딘지 모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이경규의 예능 속 모습은 분명히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선한 것인지 예능 속 가끔 보이는 심술 많은 성격인지 알 수 없어 좀 더 친근한 것. 종잡을 수 없어 더욱 인간미가 느껴지는 방송인이다. ‘버럭’과 ‘순둥’ 사이를 오가는 ‘이경규 아저씨’가 오늘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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