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태진아가 억대 도박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쯤 유일하게 한 뉴스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의외였다.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뉴스에 나와서, 그것도 1시간 동안 도박설에 대해 해명할 줄은 몰랐다. 기자회견 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이렇게 태진아가 뉴스에 출연하기까지는 한 앵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특종의 여왕’이라 불리는 김은혜 앵커가 태진아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MBN ‘뉴스 앤 이슈’를 진행하고 있는 김은혜 앵커는 밤낮 가리지 않고 태진아를 설득했다. 말 그대로 밤낮 가리지 않았다. 생각 날 때마다 태진아에게 연락해 국민의 의혹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태진아 씨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는 너무 명쾌했어요. 기사는 그가 도박했고 태진아 씨는 ‘가족과 함께 했을 뿐인데’라고 했어요. 그 후 첫 인터뷰가 보도됐고 다른 뉴스에서도 캐주얼하게 인터뷰를 내보냈어요. 명쾌하게 답변하는 일회성 사건인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모호해지더라고요. 양쪽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진실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됐죠. 태진아 씨에게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했고 새벽에도 했어요. 전화를 안 받으시면 문자를 보냈어요. 뉴스에 나오셔서 직접 목소리로 전면에 서서 말씀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떠나서 오해를 풀거나 진실을 알려주시는데 시기를 놓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계속 그런 내용으로 연락했더니 결국 화답을 해주셨어요.”
태진아가 뉴스 프로그램 중 ‘뉴스 앤 이슈’에만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한 데는 김은혜 앵커의 영향력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김은혜 앵커는 믿고 보는 언론인 중의 한 명이다. 김은혜 앵커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특종상을 거머쥐었다. 방송사 여성 기자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김은혜 앵커는 ‘뉴스 앤 이슈’에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날카로운 질문과 해석으로 현안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날카로움에 편안함을 곁들인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시각으로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함께하며 자유로운 형식의 대담을 이끌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한 매체가 태진아가 원정 도박을 했다는 보도를 했고 태진아는 “모 매체에서 보도된 ‘억대 도박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공식입장을 전했지만 사태는 점점 불거졌다. 이때 김은혜 앵커는 태진아의 억대 도박설에 대해 여기저기서 수많은 추측성 기사와 입장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태진아가 직접 한 번 매듭을 풀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매듭을 절대 풀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아 결국 손댈 수 없게 될 게 뻔했다.
“저는 지금 그 상태로 주말을 넘어가면 서로 억측, 왜곡, 오해가 생기고 불필요한 오해들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양측이 오해를 풀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면 매듭이 묶여졌을 때 풀기가 쉽지 않거나 포기하게 되는데 첫 번째 매듭을 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김은혜 앵커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태진아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과거 배우 장동건을 섭외하려고 했을 때만큼 끈질기게 연락했다. 김은혜 앵커가 장동건 섭외에 성공한 일화는 유명하다. 장동건 매니저에게 30회 넘게 전화해 섭외요청 하고 끝내 장동건을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얼마나 연락했는지 모르겠지만 두 자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했어요. 하루 종일 그 생각밖에 안했죠. 타 매체들과 경쟁 속에서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연락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저의 기본이 흔들릴 만큼 경쟁하지 않아요. 저의 철학과 원칙을 놓칠 정도로 경쟁을 하지 않아요. 어떤 걸 물어보고 어떤 걸 점검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웠어요. 태진아 씨가 스튜디오에 온 것만으로 만족하면 안 되죠. 시사토크 프로그램이라 결국엔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해야 해요. 고객감독 서비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궁금증을 해결해야 하는 거죠.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물가까지는 인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잖아요.”
태진아는 김은혜 앵커를 찾아가 ‘뉴스 앤 이슈’에 출연했고 김은혜 앵커는 태진아 도박설에 대한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진행, 대중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 이날 김은혜 앵커가 태진아에게 냉정한 태도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져 인터뷰에 응한 태진아가 조금은 섭섭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앉는 순간 저도 그렇고 태진아 씨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전화가 성사된 것, 출연이 성사된 것에 만족했다면 그렇게 치열하게 냉정하게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하지만 태진아 씨도 저도 둘이 원했던 건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저는 진실이 궁금했고 태진아 씨가 진실을 얘기하는 게 태진아 씨가 뉴스에 출연한 취지에 부합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태진아 씨가 그러더라고요. 주변에서 왜 출연했냐고 했다고 하는데 다 털어놔서 시원하셨더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태진아 억대 도박설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태진아와 도박설을 보도한 미국의 한인매체 간의 공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태진아가 기자회견까지 한 상황에서 해당 매체는 태진아의 고소를 환영한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김은혜 앵커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그는 매일 태진아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고 있다. 여론이 잠잠해졌다고 해서 여기서 그만두려는 생각은 없다.
“결국 진실은 양측 사이에 있어요. 사실과 진실의 관계를 끝까지 찾을 겁니다. 시사저널 USA에 대해 보도하고 그 다음 날은 태진아 씨 지인에 대해, 그리고 시사저널 주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어요. 사실 이게 한 개인 셀러브리티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집중탐사보도가 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제가 기자로서 추구했던 가치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진행해 보도하려고 합니다.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진실이라고 생각하면 언제까지가 유효기간이라고 할 수 없어요. 방부제처럼 가지고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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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