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화장'-'장수상회', 생의 끝에 찾아온 사랑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4.06 11: 17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오는 9일 나란히 돌아온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제작 명필름)과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제작 빅픽처)다. 두 작품은 두 명의 거장이 같은 날 격돌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의 끝에서 찾아온 사랑
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닮아 있다. 바로 생의 끝에 찾아온 사랑이다. '화장'은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죽음을 앞둔 아내(김호정)를 둔 오상무(안성기)는 싱그러운 후배 직원 추은주(김규리)에게 흔들린다. 회사 업무와 병 간호 병행하며 오상무는 점점 지쳐가지만, 후배 직원을 쫓는 그의 눈빛은 집요하다.

강제규 감독의 첫 멜로드라마 '장수상회'는 '화장' 보다 발랄하게 시작한다. 전반부는 로맨틱 코미디와 같다. 까칠한 고집불통 70세 노인 성칠(박근형)은 앞집으로 이사 온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성칠은 서툴지만 진실된 연애를 시작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성칠만 몰랐던 반전이 후반부 드러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차가운 심리극 vs 따뜻한 가족 드라마
'화장'엔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다. 추은주를 갈망하는 오상무의 심리적인 움직임이 주된 내용이다. 병원과 사무실 등 일상적인 공간이 등장하지만, 특유의 따뜻함이 아닌 적막함이 부각된다. 일상에 찌든 오상무의 얼굴이나 점점 야위어 가는 아내의 모습은 사실적으로 담기지만, 추은주를 담아내는 신들은 몽환적이다. 삶과 죽음, 나이듦과 젊음 등이 대비를 이루며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 차가운 분위기가 감돈다.
'장수상회'의 온도는 따뜻하다. 곳곳에서 죽음이 감지되지만 드라마를 위한 장치일 뿐 대체적으로 밝다. 영화는 황혼 로맨스에서 한걸음 나아가 울림이 있는 가족 드라마를 담는다. 선량한 동네 사람들과 악인의 부재 등 요즘 영화치곤 너무 착하단 생각도 들지만 나름 감동이 있다. 결국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배우 박근형, 윤여정의 노련함이 빛난다.
# 안성기vs 박근형, 노익장의 연기 변신
'화장'의 안성기, '장수상회'의 박근형 둘 다 그동안 이미지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선보인다. 오상무는 '국민배우' 안성기의 부드러움과 거리가 있다. 정중하지만 차갑다. 아내를 대하는 오상무의 태도는 사랑에서 우러난 헌신이라기보다 의무에 가깝다. 그는 끊임없이 추은주를 욕망하는데, 그럼에도 오상무가 품격을 잃지 않는 것은 안성기의 힘이다.
박근형이 그려내는 성칠은 소년과 같다. 성칠은 짧게 자른 머리와 성마른 성격의 인물로, 드라마 속 회장님의 근엄함도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로맨틱함도 없다. 때문에 금님에 대한 성칠의 애정은 순수하게 다가온다. 반전을 지난 후 그의 얼굴엔 외로움과 고독함이 깃드는데, 연기인생 50여 년이 넘는 박근형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jay@osen.co.kr
명필름, 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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