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방송인 이경규도 집에선 영락없는 '논현동 천사'였다.
이경규는 4일 오후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에서 온갖 수난에도 평정을 지켰다. 강아지 두치가 그의 얼굴을 할퀴어도, 딸 예림이 정체 모를 샐러드를 만들어도 이경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경규는 딸 예림을 따라 스트레칭 하기에 나섰다. 요가 매트 위에 엎드린 이경규의 평탄한 스트레칭은 곧 방해를 받아 위기로 몰렸다. 바로 강아지들 때문. 특히 두치는 이경규의 얼굴을 핥으며 운동을 방해했고, 이경규는 그런 두치를 혼내지도 않고 제 할일만 했다.
사고는 기어코 일어나고 말았다. 두치 때문에 이경규의 얼굴에 상처가 나고 말았던 것. 명색이 방송인인 그의 얼굴에 피까지 흐르자 예림은 두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나 논현동 천사가 나타나 예림을 제지했다. 그는 두치를 혼내려는 예림을 막아서며 오히려 두치와 악수를 하며 화해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이 묻자 이경규는 "개나 고양이에게 화를 내본 적이 없다"며 "집에선 화를 안 낸다. 마지막 보루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아빠들 사이에서 으쓱거리며 "제 인격 보라"며 장난스레 잘난 척을 하기도 했다.
이경규의 반전 면모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딸 예림에게도 절대 화를 내지 않았다. 예림이 비록 씻지도 않은 이상한 샐러드를 그 앞에 네놓았음에도.
예림은 이경규를 위해 주방으로 나섰는데, 이경규는 "예림이 요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불안해했다. 이경규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예림은 양배추를 씻지도 않고 갈기갈기 찢어 내놓고, 매실청과 참기름을 섞은 이상한 소스를 부었다. 이 뿐 아니었다. 정체 모를 주스까지 세트로 내놓은 것. 이경규는 그런 예림을 지켜보며 결국 스스로 칼을 들었다. 토마토를 썰고 샐러리도 씻었다. 예림을 불안하게 지켜보면서도 나무라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딸의 음식을 맛보면서 "이렇게 보기 흉측한 샐러드는 처음"이라거나 "발기발기 찢어놓은 양배추, 더럽게 맛 없는 소스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하면서도, 제작진에게는 "오늘 해 준 샐러드가 예림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준 첫번쨰 요리"라며 흐뭇해했다.
사실 이경규는 투덜이로 유명하다. 오랜 경력의 방송인인만큼 녹화 현장에서 이경규의 투덜거리는 태도는 개그 소재로 이용될 정도. 물론 그러면서도 밉지 않게 제 몫을 다 해내는 이경규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그러나 '아빠를 부탁해' 속 이경규는 다르다. 그는 화도 내지 않고, 성급하지도 않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아래 그는 서열 최하위 혹은 논현동 천사를 자처하는 아빠였다. 가족은 투덜이 이경규도 천사로 만드는 묘약이었다.
한편, '아빠를 부탁해'는 아빠와 딸의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는 리얼 부녀 버라이어티다. 이경규-예림, 조재현-혜정, 조민기-윤경, 강석우-다은 부녀가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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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