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에 반하다’는 냉혈남이 심장이식을 받은 후 셀룰러 메모리 증후군으로 따뜻한 감정이 생기면서 한 여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배워가는 내용의 드라마다. 극 설명만 보면 스토리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로맨틱코미디다. 그러나 ‘순정에 반하다’가 뻔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 배우들의 차진 연기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JTBC 금토드라마 ‘순정에 반하다’(극본 유희경, 연출 지영수)는 여느 로맨틱코미디가 그랬던 것처럼 남녀주인공 민호(정경호 분)와 순정(김소연 분) 첫 만남이 순탄치 않았고 알고 보니 악연이었던 관계였다.
순정은 아버지를 배신한 삼촌 강현철(박영규 분)의 비서고 그것도 모자라 순정의 아버지는 현철을 도왔던 비서실장었다. 민호가 순정을 더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철과 순정의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를 자살로 몰아갔다고 생각, 두 사람에게 복수하려고 평생을 살았다. 그리고 민호는 아버지와 같이 선천적으로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었고 남은 시간이 단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순정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 동욱(진구 분)과 결혼할 일만 남았지만 동욱은 민호와 관계가 있었다. 동욱의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공장은 민호가 매각하려고 했고 동욱은 욕망에 사로잡은 절친 준희 때문에 목숨을 잃고 민호는 동욱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모두 얽히고설켜 있는 관계였다.
민호는 동욱의 심장을 이식받고 다시 눈을 떴고 새 삶을 살게 된 그는 셀룰러 메모리 증후군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이어 순정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두 사람 간의 러브라인이 시작되는 것이 ‘순정에 반하다’의 큰 스토리다.
대체적으로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드라마가 크게 복잡하지 않은 구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순정에 반하다’도 스토리를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뻔하다’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순정에 반하다’가 흡입력 높은 드라마인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첫 회부터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 정경호와 김소연은 완벽하게 캐릭터에 빙의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정경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냉철한 기업 사냥꾼 민호 역을 탁월하게 소화하고 있다. 지난 회에 이어 정경호는 2회에서도 항상 악에 받혀 있고 소리 지르고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철에게 복수를 하려다가 오히려 당해 당황하고 그러다 분노해 쓰러져 심장이식을 받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정경호는 심장이식 전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민호를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어갔다. 극 중 민호에게 미소라고는 ‘썩소’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복수심으로 가득 차있던 그도 심장이식을 받은 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경호가 한 대 때리고 싶을 정도로 워낙 잔인한 모습만 보여 그의 부드러운 미소는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미소 하나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토록 움직이게 할 줄은 몰랐다.
김소연도 사랑스럽다가 도도했다가 극과 극의 매력을 동시에 발산했다.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똑 부러지는 일 처리는 물론, 직장 동료들의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순정 역을 맡은 김소연은 이날 방송에서 민호가 쓰러져 병원으로 데려간 후 밤새 그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민호가 자신을 이용해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게 하자 날카롭게 화를 내며 민호를 당황스럽게까지 했다. 그러다가도 동욱 앞에서는 또 여린 여자가 되고 분노하는 민호 앞에서는 어찌 할 줄 몰라 하며 불안해하는 눈빛까지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연기였다.
‘순정에 반하다’의 스토리는 크게 어렵지 않은, 예상되는 전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경호와 김소연이 중심을 잡아가는 것은 물론 깊은 내공의 연기로 스토리 완급조절을 기가 막히게 하며 ‘순정의 반하다’를 더욱 쫄깃하게 만들고 있어 다음 회를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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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순정에 반하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