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징비록’ 김태우, 욕을 부르는 ‘메소드’ 선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4.05 07: 31

‘징비록’ 김태우가 보는 이들의 욕을 부르는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극 중 선조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왜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중. 전쟁을 경고하는 신하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 신하와 백성을 원망하는 그의 모습은 답답함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비겁하게도 신하 앞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도망치려는 왕의 모습은 답답했던 조선 시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태우는 이런 선조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해 내며 연기파 배우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KBS 1TV '징비록'(극본 정현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 김영조)에서는 파천을 주장하는 선조(김태우 분)와 그런 그를 말리는 류성룡(김상중 분)을 비롯, 신하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조선 조정은 신립(김형일 분)이 이끌던 군대가 충주 탄금대 전투에서 전멸 당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자신만만하던 신립은 부산에서부터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적의 위세를 꺾지 못했고, 조총 앞에서 부하와 함께 자결을 해버렸다.

이제  왜군이 도성까지 함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놀란 선조는 아연실색하며 파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고난의 이유를 자신의 부족한 판단력이 아닌 신하들의 불충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동래성이 무너지고 왜적이 코앞에 올 때까지 어떤 백성이, 어떤 군사가 과인을 위해 싸웠느냐. 나도 파천이 죽기보다 싫다. 어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성을 버렸다는 오명을 얻고 싶겠느냐”라고 백성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파천을 주장했다.
이에 류성룡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며 "백성들은 한없이 유약하긴 하지만 때로는 무쇠처럼 강하다"고 백성을 모아 수성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조는 되려 류성룡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그 허망한 입 다물지 못할까, 내 항상 그대 말을 경청하였거늘 제대로 된 결과가 뭐냐"며 통신사를 보냈으면서도 왜란을 준비하지 못한 것, 수군에 지원을 했음에도 전혀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원망을 쏟아냈다. 류성룡은 이 모든 일에 대해 선조에게 늘 충언을 해왔고, 대비를 해야 한다 말해왔던 인물이기에 억울할 만 했지만 끝까지 나라에 대해 걱정하며 “수성을 하도록 하자”고 왕을 설득하려 했다.
결국 두 사람의 대립은 선조의 고집으로 끝나 버렸다. 선조는 파천을 반대하는 류성룡의 주장을 “허망하다”고 평하며 “잘 들어라. 난 도성을 버리는 게 아니라 도성을 비웠다 전력을 재정비 하려는 것이다"라고 파천을 명했다.
파천을 하겠다는 선조의 의지는 확고했다. 적에게 자신이 붙잡히면 전쟁은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한양에 남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 분명했다. 그렇다 해도 신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몰래 파천을 준비하라 명하고, 김 귀인(김혜은 분)의 말에 겉으로는 “파천을 안 하겠다”고 해놓고 다시 말을 바꿔버리는 비겁한 모습이 답답함을 자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태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보는 이들의 욕을 부를 만큼 설득력이 있었고 실감이 났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폭이 크지 않은 류성룡에 비해 선조는 변덕스러움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캐릭터. 김태우는 스스로를 “우매하다”고 표현하며 자괴감과 열등감에 빠져있다가도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이들 앞에서는 그들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는, 다소 어린아이 같은 선조의 캐릭터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연기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선조’라는 악역 아닌 악역은 이처럼 ‘징비록’에 가장 큰 갈등 요소들을 불러일으키며 활약하고 있다.
한편 '징비록'은 임진왜란 시기를 겪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혁신 리더 류성룡이 국가 위기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하여 미집필한 동명의 저서를 바탕으로 만든 대하드라마. ‘다모’, ‘주몽’, ‘계백’을 집필한 정형수 작가가 집필을, ‘전우’의 김상휘 PD가 연출을 맡았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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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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