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는 상대적이다. 차가울수록 뜨겁게 느껴지는 법. 그래서일까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무뚝뚝한 두 아빠 이경규와 조재현의 진심은 더욱 뜨겁게 나가올 때가 많다. 무심한 듯 신경 쓰지 않고, 딸을 나무라다가도 별안간에 드러나는 사랑은 브라운관을 훈훈한 감동으로 채운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이경규와 조재현은 딸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이경규는 딸 이예림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일상에도 이경규의 딸 사랑은 듬뿍 묻어났다. 그는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애견 두치가 이경규에게 달려들면서 얼굴에 피가 나는 상처를 입었다. 딸 예림을 버럭 화를 냈지만, 딸에게 괜찮다는 듯 차분하게 행동했다. 우리가 방송에서 보던 ‘버럭’ 이경규가 맞나 싶을 정도.
예림이가 처음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는 좀처럼 곁을 떠나질 못했다. 본인이 나서 양배추를 썰고 조언하기도 했다.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칼질하고 있는 딸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샐러드에 참기름을 섞은 정체 모를 소스를 만들어 상에 내놓자 그는 “더럽게 맛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젓가락을 놓지 않았다.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예림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준 첫 번째 요리”라고 흐뭇해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조재현은 좀 더 무뚝뚝한 모습이다. 이날 그는 아침식사 자리에서 무심하게 ‘K팝스타4’ 생방송 방청권을 툭 꺼내 놨다. 딸이 ‘K팝스타4’ 출연자 정승환의 팬임을 알고 방청권을 구해온 것. 이후 함께 응원판을 만들고 직접 함께 현장을 찾았다.
이 과정이 재미있다. 조재현은 연신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K팝스타4’ 애청자임을 밝히며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무뚝뚝한 여느 아빠들이 그렇듯 조재현도 딸에 대한 마음을 감추며 귀여운 면모를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는 표현에 서툰 아빠들과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딸들의 내면을 끄집어냈다는데 있다. 감동과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세상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부녀지간. ‘아빠를 부탁해’는 이런 감정들을 본격적으로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 이경규와 조재현이 서 있다.
비교적 표현에 적극적인 아빠 조민기와 강석우도 표현이 서툴기는 마찬가지다. 누가봐도 다정하고 따뜻한 아빠지만, 그런 것들이 딸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다.
‘아빠를 부탁해’의 네 아빠는 방송을 통해 딸들과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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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