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의 맛은 달콤했다. 소박한 삶을 살아가던 을(乙)들의 생활까지 바꿔놨다. 하지만 갑(甲)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3회에서는 봄(고아성)이 시부모 정호(유준상)와 연희(유호정)의 마음을 제대로 휘어잡은 가운데 봄의 아버지 형식(장현성)과 언니 누리(공승연)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문제의 인물은 누리였다. 만년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누리는 정호 덕분에 낙하산으로 케이블채널에 입사했다. 이후 아침마다 콜택시를 타고 출근하고, 명품 구두를 즐겨 신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류층 자제들과 어울리며 신분상승을 노렸다. "일이든 사람이든 확실한 쪽을 잡아야지"라는 누리의 진심에 엄마 진애(윤복인)은 당황했다.
대가는 컸다. 누리는 상류층 모임에 참석해 정호와의 친분을 들먹였고, 그 덕분에 '장난스러운 하룻밤'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급기야 영라(백지연)을 통해 연희의 귀에도 들어갔다.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한방에 간다"는 선배의 충고에도 누리는 사태를 눈치 채지 못했다. 급기야 늦은 밤에도 거짓말로 핑계를 만들어 외출을 했다.
형식도 마찬가지였다. 형식은 사업 추진을 도와주겠다는 정호의 말에 혹해 가게를 등한시 했다. 한송을 찾은 형식은 정호의 말투를 어색하게 따라하는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사업 아이템만 그럴싸하면 정호가 큰돈을 빌려주리라 생각한 형식은 정호의 비서 재화(길해연)로부터 철저한 준비 과정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형식과 누리는 봄의 말대로 성공의 경험과 승리의 기억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더욱 쉽게 돈과 권력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누리는 어느 날 갑자기 상류층 사모님이 된 동생에게 부러움과 질투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엉뚱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진지한 만남이 아니다"라는 민주영의 말대로, 봄이 특이한 경우일 뿐 갑의 장벽은 공고하다.
이처럼 '풍문으로 들었소'는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상류층들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동시에 '웃픈'(웃기지만 슬픈) 서민들의 세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전작에서부터 이어진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특기다. 특히 사실적인 접근과 마무리가 미덕이다. 형식과 누리도 갑들의 호의를 누리다가 현실감각을 잃으면 스스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을들여, 어서 현실을 깨달을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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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