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위플래쉬', '분노의 질주:더 세븐'. 외화들이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는 올 상반기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낳고 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 358만명을 동원하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킹스맨'에 쏠려버린 이슈를 끌고 오기엔 역부족이었고, 폭발적인 예매율로 큰 기대를 받았던 '스물'도 2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분노의 질주:더 세븐'에 내주고 말았다. '킹스맨'이 한국 영화에 잠시 1위를 내줬다가도 금방 정상을 탈환하며 롱런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좀 일찍 힘이 빠진 모양새다.
최근 박스오피스는 '스물'을 제외하곤 외화 일색인 상태. 개봉작이 별로 없기도 하고, 관객 반응이 심드렁하기도 하다.
이를 두고 올 상반기 한국 영화들이 정말 재미가 없었다는 의견과 비수기로 인한 시즌상 특성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태. 비수기라 '힘을 준' 한국 영화들이 모두 개봉을 기피해 비교적 외화가 수월하게 박스오피스를 점령 중이라는 의견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개학과 봄 나들이가 겹치는 3~4월은 가족-커플 단위 관객보다는 홀로 영화를 택하는 개성파 싱글족이 극장을 찾는데, 그렇다보니 300만을 넘기가 쉽지는 않다. 관객수가 급감하는 비수기이다보니, 공들인 영화나 보다 넓은 관객층을 노리는 영화가 이때 개봉하는 모험을 택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담 없는' 외화들이 의외의 복병으로 부각된다는 것.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도 "'어벤져스' 등 블록버스터 맞대응을 피하기 위해 대작들이 개봉을 피하다보니 화제작이 많지 않다"면서 "또 '국제시장' 이후 '킹스맨'과 '조선명탐정'으로 어느 정도 영화 관람 갈증이 해소됐고, '위플래쉬'와 '스물' 등으로 비주류 영화에 대한 니즈도 어느 정도 충족돼 더 이상 이슈작이 나오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기대작이 많아지면서, '고만고만'한 중소규모 한국 영화에 눈을 돌리기 어려워진 탓도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일반적인 관객이 1년에 4번 가량 극장에 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지난해 천만 영화가 4편이었다. 천만 영화만 봐도, 극장 나들이가 끝난 셈이다. 또 시리즈 후속편도 많다보니, 기다리고 있는 영화만 보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부진을 비수기와 블록버스터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뭔가 허전하다. 비수기라해도 팔리는 외화는 팔리고, 블록버스터가 아니어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도 있는데 '왜' 한국 영화가 유독 약했던 걸까.
더구나 올 상반기 한국 영화가 대체로 완성도 면에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받은 것 역시 의문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만 비수기에 몰았다고 하기엔, 이 지적은 수년째 지속돼온 것이기도 하다.
일부 제작자는 투자의 보수화를 꼬집었다. 돈이 되는 영화에만 투자가 몰리면서, 모험성 짙은 신선한 기획들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편집 과정에서 여러 모니터 결과를 거치다보니 '평균' 입맛에만 맞는 영화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작자는 "투자사가 변하지 않는 이상 신선한 한국 영화를 찾아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투자를 겸하고 있는 배급사의 입장은 또 달랐다. 한 관계자는 "중소 배급사들이 등장해 투자가 안될 영화들도 영화화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CGV는 앞서 포럼을 통해 한국 영화의 위기에 대해 짚기도 했다. CGV가 분석한 한국 영화의 현황은 이랬다.
“지난해 제작된 한국 영화는 총 217편이고 소위 상업 영화라고 분류되는 영화들은 67편이었는데 그 중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것은 18편에 불과했다. 관객 역시 '핵노잼' 등의 단어로 영화를 평가해버리는 등 예전에 비해 영화를 깊이 있게 사고하는 추세가 줄어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영화 관련 정보는 잡지 등에서 얻었는데 온라인에서 몇 줄로 영화 정보를 얻고 관람 여부를 결정 하는 경행이 많아서 관심이 쏠리다보면 그 영화에만 집중되는 것 같다.”
평론의 상실이 다양한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 직격탄은 화제몰이에 실패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교해) 중소규모 한국 영화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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