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요리하는 남자VS 랩 하는 여자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4.08 06: 54

관찰 예능의 주인공들에게 필요한 건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의외성이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방송, 토크쇼 등에서 보였던 기존 이미지만을 되풀이 한다면, 어느 시청자도 의미 있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귀공자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이서진이 ‘투덜이’라는 캐릭터를 얻지 않았다면, 혜리가 결정적인 순간 깜짝 놀랄 애교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꽃보다 할배’나 ‘진짜사나이’ 여군 편을 보는 재미는 크게 감소했을 것이다.
요리하는 남자들은 새롭다. ‘먹방’의 유행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유명 셰프들이다. 레이먼킴부터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샘킴, 최현석 등 셰프들은 훈훈한 외모에 깜짝 놀랄만한 요리 실력, 뛰어난 예능감으로 순식간에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헬스장에서 몸을 가꾼 ‘근육남’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입맛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훈남’ 셰프들이 더 대접을 받는 요즘이다.
차승원은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여자들도 하기 어려운 요리들을 뚝딱뚝딱 만들며 ‘차줌마’로 거듭났다. 차승원이 만들었던 홍합 짬뽕, 우럭 탕수, 식빵, 막걸리 등의 요리는 먹어보지 않아도 그 맛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이었고, 탐스러웠다. 모델 출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였던 차승원은 이 ‘차줌마’ 이미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차줌마’ 이후로도 요리하는 남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요리사 뿐 아니라 다양한 베이스를 가진 남성들이 요리를 하며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로서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다작왕’으로 유명한 신동엽, 전현무는 각각 채널 올리브 ‘오늘 뭐 먹지’와 KBS W ‘마카롱’ 현무 식당을 통해 요리에 도전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스스로를 ‘살림 바보’라 일컫는 전현무는 트렌디한 생활정보프로그램을 통해 결혼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노총각에서 준비된 신랑감(?)으로의 이미지 변신까지 꾀하고 있는 모양새.
남자들이 요리를 할 때 여자들은 군대에 가서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에서 걸스데이 혜리는 막판의 ‘살인 애교’로 냉정하기만 했던 교관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게 만들었다.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2에서 혜리의 뒤를 이은 주자는 에프엑스 엠버다. 그간 보이시한 외모로 인해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다소 베일에 가려진 존재였던 여겨졌던 엠버는 여군 특집2를 통해 ‘잊으시오’라는 유행어를 만들었고, 순수하면서도 어리바리한 반전 매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아이.엠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군대 훈련에 최적화된 체력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군대 간 여자들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던 것은 랩하는 여자들이다. ‘쇼 미더 머니’의 단순한 여성판 스핀오프 정도로 느껴졌던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는 곧 제시, 치타, 육지담, 키썸 등 여성 랩 스타들을 쏟아냈다. 실력이나 카리스마 면에서 남성 래퍼들보다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인식 속에 갇혀 있던 여성 래퍼들은 그런 선입견들을 걷어내고 월등한 실력과 카리스마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거친 랩을 쏟아내고,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디스’를 퍼붓는 여성 래퍼들의 강한 매력은 특히 또래의 여성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됐다. 
요리하는 남자나 랩하는 여자들이 사랑을 받는 것은, 단순히 새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멀티-플레이어’의 탄생을 독려하는 시대에 걸맞은 인재상을 갖고 있다. 바야흐로 남자답다고 여겨지는 카리스마와 매력을 갖고 있지만, 여자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요리도 잘하는 만능 재주꾼, 예쁘고 매력적인데 남자의 전유물인 군 생활을 잘 해낼 뿐만 아니라 자신을 향해 오는 공격에 거침없이 맞대응할 수 있는 똑똑한 존재들들이 사랑을 받는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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