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항상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다. 앞뒤 없는 급격한 전개, 출연 배우의 어이없는 죽음 등 일명 '막장전개'라 불리는 극의 흐름 탓이다. 이와 더불어 일반인들의 사고와는 심각하게 다른 캐릭터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한다. '이 사람을 비난하시오' 라고 말하는 듯, 작정하고 얄미운 행동, 말만 하게 그려낸다.
'압구정 백야'에서는 이보희가 연기하는 은하가 '욕받이'가 되고 있다.
7일 방송된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에서는 영준(심형탁)의 부인이었던 효경(금단비)이 은하(이보희)가 백야(박하나)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더불어 효경은 영준이 은하를 만나고 오는 도중 충격으로 사고를 내 사망한 사실도 알게 됐다. 이 모든 사실을 안 효경은 "정말 드라마같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오열하고, 은하가 잘 살고 있으면서도 백야와 영준을 찾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외면한 사실에 분노했다.
특히 백야는 은하가 영준의 아들 준서까지 탐내고 있다며 은하와 준서를 절대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단도리했다. 이날 효경은 은하를 찾아가 그간 일을 따진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자식을 버린 사실만으로도 대역죄를 지었다며 고개를 숙이겠건만, 이날 은하는 너무도 뻔뻔했다.
은하는 "좋은 소리도 한두번이다. 네가 한 말은 이미 백야를 통해 수십번도 들었다. 사람에게는 피치못할 사정이라는 것이 있고,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다"고 핏줄을 어떻게 버릴 수 있냐고 따지는 효경에게 자신을 변명했다.
심지어 은하는 준서를 자신이 키우겠다고 나서며 "의붓 할머니보다 친할머니가 키우는 것이 맞다"고 뒤늦게 핏줄타령을 해 그 자리에 있던 효경을 기암하게 했다.
이전에도 은하는 백야와 설전을 벌이며 자식을 버린 어미치고는 너무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조나단(김민수)이 결혼식날 난데없는 죽음을 맞이하자, 백야를 걱정하기는 커녕 "역시 두 사람은 이뤄져서는 안될 인연이었다"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하는 대놓고 욕을 먹으려고 작정한 캐릭터다. 자신의 잘못이 명백한 순간에도 뻔뻔한 변명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다.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화를 돋게 만든다. 은하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백야와 화해하는 순간이 올까. 이대로 '욕받이' 캐릭터로 끝나는 슬픈 일은 없길 기대해 본다.
bonbon@osen.co.kr
'압구정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