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늙은이도 사는 세상..늙은이 영화도 있어야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4.08 15: 07

‘분노의 질주:더 세븐’, ‘스물’, 그리고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 잘 나가는 베스트 3 영화들이다. 두 편의 외화는 화끈한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스물’은 조금은 병맛(?)인 청춘들의 코믹한 모습이 웃음을 안긴다. 그런데, 극장 나들이에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선뜻 골라잡을 영화는 없다.
비단 지금 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그렇고 한국 영화들도 주로 젊은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내용을 영화에 담으려고 한다. 상대적으로 극장을 많이 찾는 관객층이 2030 젊은 층인 것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뒷맛은 조금 씁쓸하다.
배우 윤여정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 ‘장수상회’를 만났다. ‘꽃할배’ 박근형과 ‘꽃누나’ 윤여정은 이번 ‘장수상회’에서 사랑을 한다. 이 노년의 사랑 이야기가 잘 돼서 더 많은 ‘늙은이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윤여정은 전했다.

“여배우들에게는 연령 때가 있어요. 주인공에서 이모로 넘어가는 시기와 엄마로 넘어가는 시기들이. 그런 시기를 맞으면 여배우들은 힘들어하죠. 뒤쪽으로 물러서는 거니까요. 저는 흥망성쇠를 다 겪은 쪽이라 지금 내 나이에는 상관없는데 불평은 가끔 했죠. 늙은이 이야기는 없냐고요. 늙은이도 사는 세상인데 젊은이들 연애 얘기만 하니까. 이제 우리나라가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잖아요. 내 친구들을 보니까 영화관에 많이 가더라고요. 그게 제일 돈도 안 들고 남의 인생을 보는 게 좋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친구들은 젊은 애들의 연애 이야기에 별 관심 없거든요. 그래서 제 바람은 이번 ‘장수상회’가 잘 돼서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또 나오고, 그러면서 노인네들이 영화도 보러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막상 주인공 해보니 힘들던데”라며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은 윤여정은 주인공이 되니 영화 흥행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좋지만은 않았단다. “감독도 원래 조감독 시절이 좋은거야”라며 깔깔깔 웃어 보인 그에게서 귀여움(?)을 발견했다면 무례일까.
“막상 끝내고 생각하니까 주인공이라는 건 책임감이 따르겠더라고요. 손님이 드느냐 안 드느냐, 흥하냐 망하느냐 이 모든 것들이 주인공 책임으로 가잖아요. 감독도 조감독 시절이 제일 행복할 때거든요(웃음). 막상 해보니까 책임감이 느껴지면서 좋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죠.”
 
‘꽃할배’ 박근형과 영화 전면에 나선 윤여정은 박근형에 대해 ‘다 해 박근형’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했다. 박근형은 ‘다 해’고 자기는 ‘안 해’ 윤여정이란다. 굉장히 욕심 많은 사람으로 박근형을 기억하고 있는 윤여정은 “나는 몸이 힘들면 못 해”라며 박근형의 열정에 대해 손사레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내가 박근형처럼 열정적이지 못해요. 그분은 굉장히 욕심이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나이 70이 넘으면 노역이 생기는 건가(웃음). 그분은 ‘다 해 박근형’이예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 TV 프로그램도 하더라고요. 나는 몸이 힘들면 못 해요. 튼튼한 편이 못 돼서 쉬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박근형은 열정적이더라고요. 특별히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어요. 좋고 나쁜 건 없으니까요. 그런 사람도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죠.”
벌써 50년에 가까운 연기 인생을 걸어온 윤여정에게도 매너리즘이 있었을까. 매너리즘은 누구나 다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매너리즘의 극복이 자신의 영원한 과제라고 했다. 그래서 차기작으로 ‘계춘할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도전이 윤여정을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이었다.
“매너리즘에는 누구나 다 빠지죠. 정작 본인은 빠졌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저 여자 왜 그러지’라고 이야기하면 매너리즘에 빠진 거예요. 사람들은 매너리즘이라고 이야기 안 하고 식상하다고 표현을 하죠. 그러다 보면 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보는 사람들이 몰입을 못하면 나쁜 것만 보이는 거니까요. 매너리즘에 안 빠지고 잘 비껴나가는 사람은 없어요. 일을 오래 하다보면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얼굴로 이것저것 해야 하는데 특히 TV는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똑같은 걸 하고 있으면 신선하지 않잖아요. 극복은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아직 모르겠네요. 배우의 영원한 과제인 것 같아요. 배우는 장애물 경기에 임하는 선수와 같아서 뭘 하나 넘으면 또 다른 게 눈 앞에 다가와 있죠. 새로운 역할이 왔을 때 도전해서 넘기면 그런 비슷한 역할 제의가 오는데 나는 그걸 안 하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계춘할망’도 ‘장수상회’의 할머니와는 너무 다른 역할이라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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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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